지난해 SK 조범현 감독은 서울 팀 두 초보 사령탑에 대한 인상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실제로 데이터를 뽑아보니 조 감독의 말은 꼭 들어맞았다. 지난해 LG는 경기당 4.79명의 투수를 기용해 ‘작전 야구의 귀재’라는 김재박 감독이 이끄는 현대(4.38)마저 압도적으로 제치고 8개 구단 중 최다에 올랐다. 반면 두산은 경기당 3.92명의 투수를 내 가장 적었다.
물론 이 데이터는 팀마다 투수진의 맨 파워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감독의 성향을 비교적 정확하게 보여주는 지표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LG는 올해도 이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보다는 줄었지만 30일 현재 46경기에서 211명의 투수를 내 평균 4.59명을 기록 중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생기는 의문 하나. LG는 롯데에 치욕의 8점차 역전패를 당한 26일에는 선발 장문석이 5회에만 8실점을 하는데도 끝까지 이닝을 마치게 했다. 평소 이 감독의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경기 운영이었다.
장문석의 구위를 믿었는지, 전날 경기에서도 5회에 위기를 맞았던 최원호가 해냈던 것처럼 한 이닝만 버티면 승리투수가 되니 그대로 밀어붙였는지, 이도 저도 아니면 귀신에 홀렸는지는 이 감독 본인만이 알 일이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올해 지휘봉을 잡은 선동렬 감독의 삼성과 양상문 감독의 롯데가 나란히 경기당 3.81명의 투수만 내보내 두산(4.02명)을 제치고 공동 최소에 올라 있는 점.
투수 교체는 감독의 고유 권한이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닐 터. 다만 올해 역시 투수를 적게 내는 팀이 한결같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게 이채롭다.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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