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최고기온 섭씨 45도. 경기 시작시간 예상 기온 37∼39도. 9일 쿠웨이트와의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경기를 앞두고 있는 한국축구대표팀에 찌는 듯한 더위가 가장 위협적인 적으로 등장했다.
현지 경기 시작시간인 오후 8시 45분(한국 시간 오전 2시 45분) 기온이 평균 37∼39도. 높을 땐 41도까지 올라간다. 5일 쿠웨이트에 입성한 대표팀 선수들은 “마치 건식 사우나에 들어온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대표팀이 3일 우즈베키스탄전을 마치고 하루를 쉰 뒤 쿠웨이트로 온 것도 ‘너무 일찍 더운 나라에 가서 진을 빼면 안 된다’라는 기술위원회의 지침을 받았기 때문. 강신우 기술위원회 부위원장은 “운동 생리학적으로 서늘한 기온에 있다가 더운 곳으로 나가 40분이 넘으면 집중력과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방의 에어컨을 끄도록 하는 등 경기에 대비한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수들은 “더위쯤은 문제없다”며 투지를 보이고 있다. 이영표는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덥다. 하지만 더위가 핑계가 될 순 없다”고 말했다. 박주영도 “날씨가 더운 것은 부담이 된다. 하지만 어떤 조건에서도 내 능력을 다 보여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쿠웨이트와의 역대 원정경기에서 1승 1무 5패의 절대 열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축구. 중동의 무더위를 이겨내고 승전고를 울리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한편 6일 ‘아랍 타임스’는 쿠웨이트축구협회가 한국전을 대비해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출신의 슬로보단 파브코비치 감독을 해임하고 모하메드 이브라힘 전 대표팀 감독을 다시 사령탑에 선임했다고 보도했다.
▼“첫딸 사진 보며 원정피로 씻지요”▼
이영표는 5일 밤 도착한 쿠웨이트 공항에서 휴대전화에 있는 딸의 사진과 동영상을 환영하러 나온 교민들과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딸이 보고 싶으냐고 묻자 “눈에 밟혀요”라며 싱긋 웃었다.
이영표는 대표팀의 ‘미소 천사’. 어딜 가든 어떤 사람을 만나든 늘 웃으면서 팬들을 대한다. “사인해 주세요”하면 “예” 하며 사인해 주고 “사진 같이 찍어요” 해도 “예, 이리 오세요”하면서 포즈를 취해 준다. 이리저리 피해 다니는 일부 선수들과는 다르다.
그라운드에서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적극적이다.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졸전 끝에 간신히 비긴 뒤 침울한 분위기였던 대표팀은 이영표 덕택에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
쿠웨이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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