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방송3사에 박찬호는 없다

  • 입력 2005년 6월 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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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가 100승을 거둔 5일. 가장 기다려진 것은 방송 3사의 저녁 뉴스였다.

과연 박찬호 화면은 제대로 나올까, 기사는 얼마나 비중 있게 다뤄질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박찬호가 한국 야구사의 한 획을 그었는데 뉴스에 제대로 나올지를 걱정하다니….

다행스럽게도 방송 3사는 이날 박찬호의 100승 동영상을 톱뉴스로 내보내긴 했다. 하지만 화질은 아주 거칠었고 그나마 평균 15초 분량밖에 되지 않았다.

사정은 이렇다. 방송 3사는 합동으로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급히 연락해 현지 외주로 카메라 팀을 캔자스시티 카우프만 스타디움에 들여보냈다. 그러나 투입된 카메라는 뉴스 제작용이어서 6mm짜리에 불과했고 촬영의 명당자리는 중계진에 우선적으로 내줘야 돼 전송돼 온 필름은 생생한 경기 장면보다는 관중석 스케치가 많았던 것.

반면 이날 경기는 엑스포츠와 부산방송, TU미디어가 공동 제작해 케이블TV와 지역민방,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통해 국내에 방영됐다. 그렇다면 정작 공중파는 쩔쩔맨 이유가 뭘까.

이는 올해부터 4년간 메이저리그 국내 독점중계권을 확보한 엑스포츠와 방송 3사 간에 중계권 되팔기 협상이 결렬된 뒤 감정싸움의 양상마저 띠고 있기 때문.

엑스포츠는 MBC의 중계권이 지난해로 만료되자 올해 협상에 뛰어들어 정상적으로 계약에 성공했다는 입장. 반면 MBC를 비롯한 방송 3사는 재계약을 준비하고 있는데 엑스포츠가 끼어들어 가격만 올려놨고 나중에는 웃돈까지 얹어 이를 되팔려고 하는 상술이 괘씸하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가장 많은 시청자를 확보한 공중파가 중계를 하지 않으니 피해를 보는 쪽은 양측이 아니라 팬이란 점. 솔직히 누가 잘했고 잘못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관심도 없다. 하루빨리 팬들의 ‘볼 권리’를 돌려 달라.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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