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은 주말 3경기에서 6홈런의 돌풍을 일으킨 반면 이치로는 최근 9경기에서 39타수 6안타로 타율 0.154의 부진을 보였다. 이치로로선 메이저리그 5년은 물론 일본에서 7년 연속 타격왕의 첫 테이프를 끊은 1994년 이후 처음으로 시즌 중반 타율(0.295)이 2할대로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다.
제 아무리 천재라도 일시적인 슬럼프는 있기 마련. 또 최희섭을 이치로와 비교하는 것은 아직은 무리다. 하지만 두 선수의 기록 변화를 뜯어보면 이들의 상승, 하강 곡선이 만나는 교차점이 있어 흥미롭다.
올 시즌 최희섭의 볼넷 급감과 이치로의 초구 타율 급락이 그것이다.
최희섭은 솔직히 선구안은 별로지만 볼넷이 많기로 유명한 타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595타수 만에 107개의 볼넷을 얻었다. 반면 이치로는 통산 2976타수 동안 볼넷은 202개에 불과하다.
최희섭은 올해도 시즌 초 볼넷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선 5월17일 이후 22경기에서 63타수를 치는 동안 1개의 볼넷도 없었다. 이는 최희섭의 타격 패턴이 이치로처럼 적극적으로 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교롭게도 최희섭은 이 기간 0.313까지 올랐던 타율이 6푼 가까이 떨어졌다. 그러나 올해 초구 공략 타율은 0.440에 4홈런 10타점을 기록하며 새로운 타격 패턴에 대한 적응을 마쳤다.
이에 비해 이치로는 올해 초구 타율이 0.104에 머물고 있다. 그것도 29타수에 불과하다. 전체의 15%에 이를 정도로 유난히 초구 승부를 즐겼던 그의 지난해까지 초구 타율이 0.427이었던 것에 비하면 눈이 휘둥그레지는 결과다. 이는 바야흐로 상대 투수들이 이치로에겐 볼카운트가 몰리는 한이 있더라도 초구 승부부터 까다롭게 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말 6개의 홈런이 모두 직구였고 이 중 초구가 3개, 2구가 1개였던 최희섭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선 이치로가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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