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의 수상 이듬해와 자유계약선수(FA)의 첫해 슬럼프, 정규시즌 단골 1위 삼성과 애틀랜타의 포스트시즌 추락, 텍사스 박찬호의 1회 부진, 미국과 일본에서 통산 200승을 달성한 탬파베이 노모 히데오의 아홉수 불운, 올해 기아의 토요일 참패(1승 7패 2무) 등은 비교적 평범한 것.
86년 만에 깨진 보스턴의 밤비노 저주, 96년째 우승 못한 시카고 컵스의 염소의 저주, 하일성 KBS 해설위원의 십수 년 된 중계 당일 팬티 안 갈아입기, LG 구본무 구단주와 현대 정몽윤 고문의 홈경기 관람 패배 등은 보는 이를 안쓰럽게 한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힘든 것은 ‘4와 3분의 2이닝 징크스’다.
이는 1989년 당시 태평양 최창호에게서 비롯됐다. 그는 9월30일 해태와의 광주경기에서 9-1로 크게 앞선 5회 2사에서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한 타자만 잡으면 승리투수가 될 상황에서 박정현에게 역대 신인 최다승인 19승을 밀어주기 위한 희생양이 된 것. 이후 그는 5회만 되면 벤치를 살피는 피해의식이 생겼고 실제 난타를 당한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문제는 이 희한한 징크스가 시공을 뛰어넘어 워싱턴 김선우에게 옮겨갔다는 점. 그는 20일 어렵사리 잡은 텍사스와의 원정경기 선발 등판에서 눈부신 호투를 했지만 3-1로 앞선 5회 2사 후 갑자기 오른팔 근육 경련이 일어나 강판됐다.
사실 김선우가 이런 경우를 당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19일 필라델피아전에선 5회 2사 후 2실점해 5-4로 쫓기자 프랭크 로빈슨 감독으로부터 불호령을 받았다. 2002년 9월 18일 플로리다전에선 2-1로 앞선 6회 2사 후 손가락 물집, 닷새 뒤인 23일에는 뉴욕 메츠전에서 4-0으로 앞선 5회 1사 후 오른 다리 경련으로 물러나 눈앞의 승리를 놓쳤다.
김선우의 이번 일이 징크스로 굳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장수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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