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내로라하는 축구감독을 11명이나 모셨다. 그뿐인가. 프로팀 감독대행만 무려 6번이나 해봤다. 일본 J리그에선 2개 팀(베르디 가와사키, 콘사도레 삿포로)의 사령탑으로 3년 동안 피 말리는 승부를 벌였다.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의 장외룡(47) 감독. 그가 요즘 K리그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창단 1년밖에 안 되는 인천이 정규리그 깜짝 2위(1일 현재)를 달리고 있는 것. 지난달 30일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장 감독을 만났다.
“우리 팀은 이렇다 할 스타도 없고 구단의 재정이 넉넉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축구는 한두 명으로 하는 운동이 아닙니다. 돈이 많다고 꼭 잘하는 것도 아닙니다.”
인천은 지난해 전기리그 꼴찌(13위), 후기리그 4위 팀. 하지만 올 1월 장 감독이 팀을 맡은 이후 팀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선수들 얼굴에 자신감이 넘친다. 유고 3인방 ‘3치(마니치-라돈치치-아기치)’를 이끌고 있는 마니치는 “우린 모두 한가족이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우린 그럴 때마다 서로 용서하고 격려한다”고 말한다. 수문장 성경모는 “올 시즌 단 한번도 진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단언한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축구는 머리와 커뮤니케이션으로 하는 것입니다. 운동장에서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엔 위아래가 있어선 안 됩니다. 어린 선수도 까마득한 선배에게 마음껏 자신의 뜻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장 감독은 오직 ‘축구-신앙(기독교)-가족’ 3가지밖에 모른다. 친구들 등쌀에 몇 년 전부터 골프를 배우고 있지만 아직도 ‘골프공을 발로 차고 다니는 수준(120타)’이다. 경기 녹화 테이프도 직접 편집한다. 당일 마친 인천 경기와 다음에 만날 팀의 경기 테이프를 눈이 닳도록 보며 10분짜리 테이프 2개를 만든다. 그는 일본축구협회 최고 지도자 자격증인 S급 라이선스를 일본어로 따낸 최초 외국인이기도 하다.
“선수나 감독이나 마음이 편안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축구를 즐겨야 합니다. 전 졌다고 애간장을 녹이거나, 이겼다고 희희낙락하지 않습니다.”
장 감독은 1980년대 초 국가대표팀 화랑에서 왼쪽 풀백으로 이름을 날렸던 스타 출신. 하지만 올림픽이나 월드컵과는 이상하게도 인연이 없었다. 그래서 그의 꿈은 2010년 한국월드컵대표팀 감독이 되는 것.
“한국 최고의 선수들을 데리고 정말 세계를 한번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축구를 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너무 허황된가요?”
장 감독은 정말 축구에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인천=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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