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마라톤의 대들보 이은정(24·삼성전자)은 늘 긍정적이다. 결코 등 떠밀려 억지로 달리지 않는다. 황영조(35)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팀 감독이 현역 시절 ‘훈련이 힘들 때마다 오가는 자동차 바퀴 밑으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더라’고 하자 ‘말도 안 된다’며 야무지게 한방 먹인다. 6일 강원도 대관령 고지에서 훈련에 여념이 없는 이은정을 만났다.
“기록을 하나하나 깨뜨려 가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이 다음엔 내가 또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이은정은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3월 서울국제마라톤 우승(2시간 26분 17초)을 시작으로 올해 4월엔 하프마라톤 한국최고기록(1시간 11분 15초)을 세웠고 지난달엔 불과 나흘 새 5000m(15분 42초 62)와 1만 m(32분 43초 35)에서 한국 신기록을 작성했다. 여자마라톤 한국최고기록(2시간 26분 12초)을 깨는 것도 시간 문제.
이은정 기록과 세계기록 비교 | ||
| 이은정 | 세계기록 |
5000m | 15분 42초 62 | 14분 24초 68 |
1만m | 32분 43초 35 | 29분 31초 78 |
하프코스 | 1시간 11분 15초 | 1시간 6분 44초 |
풀코스 | 2시간 26분 17초 | 2시간 15분 25초 |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메달권에 드는 게 꿈이에요. 그러려면 풀코스를 2시간 22분대까지는 뛰어야 하는데 아직 부족해요. 우선 하계유니버시아드(터키 이즈미르·8월 11∼22일)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어요.”
발 크기 240mm에 164cm 45kg의 체격. 맥박 수 1분에 43회 정도. 충남 서산시 산성초등학교 6학년 때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감정의 기복이 없어 컨디션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 중학교 이후 단 한번도 운 적이 없다. 스트레스도 금방 풀어버린다. 남자친구도 없고 e메일(j0049034@hanmail.net)은 어쩌다 한 번 열어볼 정도. 좌우명은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자’.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평상시 훈련을 알차게 마쳤을 때가 훨씬 더 뿌듯해요. 요즘 보폭이 짧은 쇼트 피치(short pitch) 주법에서 보폭을 넓게 가져가는 롱 스트라이드(long stride)로 바꾸고 있는데 하루하루 스피드가 ‘업’되는 게 너무 신나요.”
이은정은 중국 윈난 성 쿤밍에서 고지 훈련(7월 15일∼8월 9일)을 한 뒤 8월 12일 터키에 입성할 계획.
오인환 감독은 “몸에 좋다고 하면 자신이 먼저 ‘보신탕을 먹으러 가자’고 할 정도로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며 “허리의 유연성이 부족해 후반에 급속히 체력이 떨어지는 약점만 고치면 조만간 풀코스 2시간 23분대 진입은 문제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횡계=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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