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일부 누리꾼 비방-공격…‘상처받은 굼벵이’홈피 폐쇄

  • 입력 2005년 7월 13일 03시 10분


골세리머니로 굼벵이가 그려진 셔츠를 내보이고 있는 박주영. 그는 여자친구를 ‘예쁜 굼벵이’로 부른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골세리머니로 굼벵이가 그려진 셔츠를 내보이고 있는 박주영. 그는 여자친구를 ‘예쁜 굼벵이’로 부른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스무 살 축구 천재 박주영. 그는 지난달 23일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 홈피(cyworld.nate.com/cyp10)에서 “저에겐 예쁜 굼벵이가 한 마리 있어요. 너무나 사랑하고 아끼는 제 처음이자 마지막 사람입니다”라며 ‘여친(여자친구)’에 대한 사랑을 공개했다.

‘굼벵이’ 여친은 고려대 1년 선배인 정 모(21) 씨. 이에 정 씨도 자신의 미니 홈피에서 “주영이는 귀엽고 예쁜 제 꼬맹이”라고 화답했다.

그런데 정 씨의 홈피는 어떻게 알았는지 수천 명, 많게는 1만 명 이상의 누리꾼이 폭주했다. 방명록과 댓글도 낯모르는 누리꾼의 글로 채워졌다. “주영 오빠와 예쁘게 사랑하세요”, “너무 부럽네요” 등 격려가 대부분이었지만 “네가 정말 여자친구냐”, “주영 오빠는 내 거다” 등 부담이 되는 글이 적지 않았다.

정 씨의 홈피는 여느 대학생처럼 가족 친구의 사진과 이야기를 올려놓는 개인적인 공간. 결국 정씨는 얼마 안돼 “너무 부담스럽다”며 홈피를 ‘1촌 공개’로 바꿨고 최근에는 폐쇄했다.

정 씨는 “주영이 많이 예뻐해 주세요. 그런데 저는 그 관심에서 내려놓아 주시길 부탁드려요”라며 과도한 관심을 부담스러워했다.

박주영도 최근 자신의 홈피에 “여러분 덕분에 굼벵이랑 예쁘게 잘 지낼 수 있을 거 같아요”라면서도 “지금은 홈피 관리하기가 너무 복잡해요. 조금만 쉬다 돌아올게요”라며 사진 등 대부분의 콘텐츠를 비공개로 바꿔 놓았다.

실제 스타플레이어들의 여자친구나 가족은 주위의 과도한 관심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지난해 아테네 올림픽에서 ‘탁구 신동’ 유승민이 금메달을 딴 뒤 여자친구 김모 씨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자마자 김 씨는 누리꾼 사이에서 ‘원치 않는 스타’가 됐고 결국 둘은 헤어져야 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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