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야 어디 가든 똑같지요. 요즘은 선수들에게 ‘연락하라우, 연락’하다가 곧바로 ‘패스, 패스’하지요. 거꾸로 ‘슈팅’이라고 하다가 ‘차 넣기’라고 하기도 하고…. 심한 경상도 사투리는 잘 못 알아들을 때도 있습니다. 허허.”
문 감독은 1969년부터 1976년까지 북한대표팀 센터포드로 활약한 스타 출신. 키(173cm)는 크지 않지만 100m를 11초 7에 달리는 빠른 발로 상대 수비를 헤집었다. 1991년엔 포르투갈 세계청소년대회에서 남북단일팀 북한 측 코치로 참가해 8강을 이끌었고 2000년 아시안컵을 끝으로 북한대표팀에서 물러났다.
“박지성은 보면 볼수록 참 대단해요. 몸이 부드러워 역동작에서도 기가 막히게 공을 동료 발 앞에 찔러줍니다.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한 예측력도 뛰어나고요. 현역 땐 펠레를 좋아했는데 이젠 박지성이 가장 맘에 듭니다.”
요즘 문 감독은 틈 날 때마다 책읽기를 즐긴다. 이광수, 김유정,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빅토르 위고 등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명작을 읽는다.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최근엔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박경리의 ‘토지’를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문 감독은 기러기 가족. 부인 이창실(55) 씨와 자녀들은 서울에서 산다. 문 감독이 가끔 서울에 올라가 가족들을 만난다. 일요일엔 아내와 함께 교회에 나가기도 한다.
“아내가 종종 ‘대한민국에선 남자가 여자한테 꼼짝 못한다’며 북에서 안하던 지청구를 합니다. 그럴 때마다 난 ‘북에서 내려온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느냐’며 버럭 소리를 지르지요. 하지만 난 사실 공만 찼지 가족들한테 해 준 게 없습니다. 할 말 없지요.”
문 감독은 북한축구대표 팀이 아직 기대에 못 미치는 것 같아 안타깝단다. 지난번 일본과의 월드컵 예선 경기를 보니 경기 운영도 미숙하고 후반에 체력도 떨어진다는 것. 유소년 선수들을 잘 키워야 하는데 경제 여건상 그렇지 못한 것 같다며 진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남북이 나란히 내년 독일 월드컵에 나갔더라면 좋았을 텐데….
울산=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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