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캐나다 몬트리올 셍텔렌 섬 장드라포 공원의 야외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수영장.
난데없이 경쾌한 민요가 울려 퍼지자 장내는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외국인으로선 생전 처음 듣는 가락.
북한 싱크로가 국제무대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은 18일부터 이곳에서 열리는 제11회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싱크로 부문에서만 8명의 선수와 3명의 지도자를 파견했다.
솔로, 듀엣, 팀, 팀 콤보 등 경쟁 4종목에 모두 참가할 예정. 북한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 솔로와 듀엣을 출전시킨 적은 있지만 8명이 나서는 단체종목에 모습을 드러내긴 이번이 처음. 반면 한국은 솔로와 듀엣에만 2명의 선수가 나선다.
대회 하루 전인 이날 북한은 참가국 중 가장 많은 33분의 시간을 할당받아 최종 훈련을 했다. 기자가 “처음 듣는다. 무슨 노래냐. 첫 참가인데 자신 있나”고 묻자 “최연희 선생이 지은 ‘꽃놀이’예요. 우리가락 참 좋죠. 당연히 잘해야죠”라고 대답했다.
북한에서 싱크로는 전략 종목. 1998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일(2월 16일)을 맞아 ‘수중발레(북한에서 싱크로를 지칭하는 말) 모범출연 공연’을 본 뒤 매료돼 적극 육성하라는 특별 교시를 내린 뒤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선수들을 이끌고 온 ‘북한 싱크로의 대모’ 안소단 북한 체육기술연맹 수중발레 서기장은 2001년 노동신문에 “남(한)이 한 걸음 걸을 때 열, 백 걸음을 달려 수중발레에서 기어이 세계 패권을 쟁취하겠다”고 기고하기도 했다.
한국이 1997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듀엣에서 금메달을 따낸 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데 비해 북한은 성장을 계속해 이제 세계 무대를 두드리기 시작한 것.
특히 북한은 과감한 세대교체를 단행해 이번 대회 단체종목 참가 17개국 중 평균 연령이 가장 낮은 15.8세의 어린 선수들을 내보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싱크로 2명 이외에 다이빙 5명, 경영 24명 등 31명의 선수를 파견했다. 목표는 지난해 아테네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경영 결선 진출. 남유선(20·서울대)과 박태환(16·경기고)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몬트리올=전 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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