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암을 극복한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34·미국)이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모습을 드러내자 큰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함성과 박수 소리는 그칠 줄 몰랐다.
암스트롱이 24일 코르뵈 에소네에서 파리 샹젤리제 거리까지 열린 마지막 21구간(144.5km)에서 역주해 이반 바소(이탈리아), 얀 울리히(독일)를 따돌리고 2005 프랑스도로일주사이클대회(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했다. 1999년부터 7연속 정상. 102년 대회 역사상 처음이다.
암스트롱은 ‘인간 승리의 화신’. 1996년 생존율 50% 미만의 고환암 판정을 받아 한 쪽 고환과 뇌 조직 일부를 도려내는 수술을 받고 1년 반 만에 재기를 선언한 뒤 99년 투르 드 프랑스에서 정상에 올라 지구촌을 감동시켰다.
투르 드 프랑스는 23일간(휴식일 2일 포함) 해발 2000m가 넘는 알프스와 피레네 산맥을 포함해 3607km를 주파하는 레이스로 인간 한계의 시험장. 암을 극복하고 이곳에서 7연패를 했으니 팬들의 감동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역시 고환암을 딛고 일어선 니겔 클리프턴(53·영국) 씨는 샹젤리제 거리에서 암스트롱의 골인 모습을 지켜본 뒤 “암스트롱은 내게 큰 영감을 줬다. 그래서 암을 극복할 수 있었다. 암스트롱은 계속 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며 은퇴하지 말 것을 바랐다.
하지만 암스트롱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한다.
우승 트로피를 받은 암스트롱은 “이제 가정에 봉사하겠다”고 선언하며 시상대 아래에 있는 다섯 살짜리 아들 류크와 세 살된 쌍둥이 그레이스, 이사벨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그는 “최고의 자리에서 은퇴한다. 후회는 없다”며 팬들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사라졌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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