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현장에서/붉은 악마와 北응원단의 ‘공감’

  • 입력 2005년 8월 5일 03시 10분


4일 전주월드컵경기장. 북쪽 스탠드에 자리 잡은 한국축구대표팀 공식 서포터스 ‘붉은 악마’ 300여 명은 남자 남북 대결이 시작되기 전부터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를 외쳤다. ‘붉은 악마’는 남북이 맞붙을 때 어떤 응원을 펼칠 것이냐는 주위의 의문에 대해 홈페이지에 ‘우리는 한국축구대표팀만을 지지하는 응원단’이라며 북한을 공식 응원하지 않을 것을 공표하고 이날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남쪽 스탠드에 자리 잡은 북한 응원단 800여 명이 “조∼국통일” “우리는 하나다” 등을 외치며 파도타기 응원전을 펼치자 동참했다. 상대팀이 공격해 올 때면 “우” 하는 야유를 보내는 게 관례지만 북한과의 경기 내내 어떠한 야유도 보내지 않았다. 전북대 응원단 150명, ‘통일연대’ 산하 시민단체 회원 500여 명, 총련 원정 응원단 100여 명 등으로 구성된 북한 응원단이 대형 한반도기를 흔들며 흥을 북돋울 때는 박수를 치며 동참하기도 했다.

‘붉은 악마’ 회원 김민수(24·대전 대덕구 송촌동) 씨는 “한국팀을 응원하러 왔지만 통일을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같지 않겠느냐”며 “한민족인 북한 선수들이 잘할 땐 절로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고 말했다.

이 세상에서 그 어느 종목보다도 내셔널리즘이 강한 축구. 하지만 이날 전주벌에서만은 축구가 남한 팬들에게 ‘필승’보다는 ‘통일’을 가져다 줄 희망처럼 보였다.

전주=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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