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많은 야구인들은 박용오 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의 연임을 원했던 게 사실. 내년 3월이면 세 번째 임기가 끝나는 박 총재는 “이번만큼은 그만두겠다”고 누차 밝혔지만 ‘구관이 명관’이란 분위기가 주류였다.
게다가 박 총재는 최초의 민선이자 최장수 커미셔너로서 상징성도 돋보였다. KBO는 원년인 1982년 초대 서종철 총재서부터 제11대 정대철 총재까지 낙하산 인사가 줄을 이었지만 1998년 말 박용오 두산 구단주가 처음으로 총회의 의결에 의해 대권을 잡았다.
하지만 야구계는 박 총재가 최근 그룹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면서 남은 임기가 끝나는 대로 그의 퇴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는 차기 총재 선임과 관련해 야구인들의 의견이 복고(復古)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
어떤 이는 “야구계를 둘러보라. 주위에 총재로 모실 만한 중량감 있는 인사가 있나. 그렇다고 박용성 두산 구단주를 비롯해 그룹 총수인 구단주가 선뜻 총재를 맡으려 할 것도 아니지 않은가”라고 인물 부족론을 역설했다.
또 어떤 이는 “돔구장 건설, 병역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그동안 민선 총재로선 한계가 있었다”며 “낙하산일지언정 정치권의 실세가 총재가 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술 더 떠 “이참에 총재의 재직 기간을 대통령 임기와 맞추자. 그러면 역대 낙하산 총재들이 정권만 바뀌면 중도하차한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제안까지 나왔다.
총재가 누가 되든 뭐 그리 중요하냐고 따지면 달리 할 말이 없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미국이나 일본처럼 구단 운영의 시스템화가 이뤄진 선진 리그의 얘기. 모처럼 ‘야구의 봄’을 맞았지만 7년간 이어 온 민선 총재의 전통이 위협을 받고 있는 프로야구는 출범 이래 최대 고비를 맞고 있는 게 분명하다.
zangpabo@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