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지난해 6월 취임 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2005 동아시아연맹축구대회에서 라이벌 일본에 패하며 최하위를 기록하자 팬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기 때문. 각종 축구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본프레레 감독의 경질을 요구하는 글이 넘쳐나고 있다.
○ 조직력 -선수 기용 문제… 언제까지 실험할거냐
일선 지도자들도 본프레레 감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박종환 대구 FC 감독은 8일 “본프레레 감독은 능력도, 전술도 없다. 매 경기 선수 탓만 하며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국내 감독이 그보다 못하지 않다. 지금이라도 과감히 바꾸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표팀 수석코치를 지낸 허정무 전남 드래곤즈 감독은 “감독의 능력에서 문제점이 보인다. 조직력이 없고 선수기용 능력도 아쉽다”고 말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던 정해성 부천 SK 감독도 “선수들을 계속 실험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제는 선수를 모른다고 할 시점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 “독일 월드컵 1년도 안 남았는데…” 신중론 우세
그러나 일선 지도자 대부분은 감독 경질에 대해서만은 신중론을 폈다. 대안이 없고 시기마저 적절치 않다는 것. 2006 독일 월드컵이 10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 감독이 새로 올 경우 선수단 파악과 실험으로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손꼽히는 명장들은 각종 계약 문제도 걸려 있다. 국내 감독을 선임할 경우 누가 대표팀을 맡아야 할지 민감하기 그지없다.
최윤겸 대전 시티즌 감독은 “축구 감독이 단기간에 자기 색깔을 드러내기는 힘들다. 감독 한 사람에게만 모든 질책을 쏟아 붓는 건 너무 과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외국의 시각도 비슷하다. 동아시아축구를 10년간 취재했다는 영국 PA통신사의 홍콩 특파원 마이클 처치 기자는 “한국은 이번 대회에 박지성 이영표 등 해외파가 빠졌고 신인을 투입했다. 신인 5명을 투입해 2명만 발굴해도 성공”이라고 말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의 나카코지 도루 기자는 “일본 지코 감독도 처음엔 자질론에 시달렸지만 점자 줄어들고 있다”며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룬 본프레레 감독을 지금 경질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 수석코치 부활… 베스트11 손발 맞출 시간 필요
신중론자들은 경질 대신 현 체제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 본프레레 호가 이제는 베스트 멤버를 빨리 확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 대표팀 소집기간이 짧아 조직력을 갖출 시간이 적기 때문에 선수들을 계속 바꾸기보다는 빨리 베스트 멤버를 확정해 손발을 맞출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것.
모 구단 감독은 “이천수 정경호 이동국이 서로 스타가 되려는 욕심에 손발이 맞지 않았고 일부 선수는 감독의 지시도 제대로 못 따라 갔다”고 오히려 선수들에게 화살을 돌렸다.
김학범 성남 일화 감독은 “히딩크 감독 시절 많은 코치와 스태프가 보좌했던 것처럼 본프레레 감독에게도 지원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이는 수석코치 제도를 부활하자는 의견과도 일맥상통한다. 김 감독은 “지금이야말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내려야 하는 기술위원회의 적극적 활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