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대 필라델피아 필리스전. 박찬호(32·샌디에이고)의 선발 경기.
샌디에이고가 1-2로 뒤진 5회 무사만루에서 박찬호에게 갑자기 보크 판정이 내려졌다. 볼카운트 1볼에서 2구째를 던지기 위해 세트 포지션에 들어간 박찬호가 포수와 사인을 교환하다 투수판을 밟고 있던 오른발을 뺀 상태에서 투구 동작을 풀었지만 주심 짐 울프가 보크를 선언한 것. 잘못된 판정에 박찬호가 강하게 항의한 뒤 브루스 보치 감독까지 가세하자 주심은 다른 심판과 합의한 끝에 ‘없던 일’로 번복했다.
하지만 박찬호는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던지 곧바로 빗맞은 안타를 맞고 1점을 더 내준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날 박찬호는 4이닝 동안 5안타 3볼넷을 허용하며 6실점(5자책)으로 시즌 6패(9승)를 기록했다. 샌디에이고 이적 이후 3경기에서 1승 1패. 샌디에이고의 3-8 패배.
■[현장에서]샌디에이고 홈구장의 ‘애국물결’
미국 캘리포니아 주 최남단 샌디에이고는 군사도시로도 유명하다.
미국의 주요 해군 기지와 해병대 캠프가 있는 곳.
그래서인지 박찬호가 뛰는 샌디에이고 홈구장 펫코파크의 기념품 가게에는 군복처럼 얼룩무늬를 새긴 모자와 티셔츠까지 있다. 경기 전 시구도 군인들이 자주 맡는다고 한다. 샌디에이고 선수들은 홈경기에 군복 분위기의 유니폼을 입고 나오기도 한다.
15일 샌디에이고와 필라델피아의 경기에는 해병대 병사들이 단체 관람을 왔다. 경기 도중 대형 전광판에 이들과 성조기를 번갈아 비춰 주면서 군가를 틀어주자 3만7000여 관중은 일제히 일어나 경의를 표시하기도 했다.
7회 초가 끝났을 때는 비공식 국가인 ‘신이여 미국에 은총을(God bless America)’이 흘러나왔고 관중은 다시 기립했다. 경기 전 국민의례 때부터 따지면 이날 경기장을 찾아온 팬들은 세 차례나 ‘일동 기립’을 한 것.
2001년 9·11테러 이후 새롭게 등장한 야구장 풍속도라는 게 한 미국 기자의 설명이었다. 야구가 애국심을 끌어올리는 데 활용된다는 얘기였다.
샌디에이고=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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