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에서와 마찬가지로 무슨 일이든 자신의 뜻대로만 결정하는 다혈질 가장의 독단. 그에 맞서는 두 딸과의 갈등. 이 모두를 감싸 안으며 가정의 평안을 지켜내는 아내 후사코의 순정. 위태위태하던 가정은 1999년 후사코가 암에 걸려 정규시즌 막판 죽게 되면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다.
공교롭게도 당시는 호시노가 사령탑을 맡고 있던 주니치 드래건스가 선동렬 이상훈 이종범의 코리안 삼총사를 앞세워 센트럴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때.
호시노는 경기에 지장을 줄까 염려해 부인의 사망 소식을 선수단에 알리지 않은 채 텅 빈 그라운드에 혼자 영정을 들고 나와 오열한다.
“일본 최고, 호시노 씨, 저의 꿈도 당신과 같습니다.” 후사코의 유언과 함께 오버랩되는 그녀의 일기장 속에 쓰여 있는 ‘꿈(夢)’이란 단어.
드라마는 2003년 9월 15일 만년 꼴찌 한신이 호시노의 지휘 아래 18년 만에 센트럴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실제로 이날 다부치 고이치 타격코치는 비로소 후사코의 영정을 들고 그라운드에 나타나 일본 열도를 눈물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뜬금없이 이 드라마를 국내 팬께 소개한 것은 호시노 가족의 ‘꿈’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돌이켜 보면 메이지대 에이스 출신으로 나중에 일본의 초대 구원왕에까지 올랐던 호시노가 약속대로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1순위 지명을 받았다면 오늘의 그는 없었을 것이다.
호시노는 이때부터 요미우리라면 이를 갈았고 국내의 영호남보다 훨씬 심한 간토(도쿄 인근)와 간사이(오사카 인근)의 지역감정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타도 교진(巨人)’의 대표적 인물로 성장한다.
결국 그는 지도자로서 최고의 영광을 누렸고 최근엔 순혈주의를 고집해 온 요미우리로부터 감독 직을 제안받기에 이르렀다. ‘무등산 폭격기’ 선동렬이 삼성 감독이 된 것보다 훨씬 파급효과가 클 호시노의 요미우리 감독 취임. 후사코의 ‘꿈’이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 될 것이다.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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