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40대 한국챔피언에 올랐던 정경석(41) 씨가 전 세계 권투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동양타이틀매치를 벌인다.
정 씨는 11월 3일 경기 남양주시 문화센터 특설 링에서 열리는 세계권투협회(WBA) 총회 특별경기에서 한국 측 출전자로 선정됐다고 주관사인 남양주프로모션 김은기 대표가 7일 밝혔다.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WBA 총회에는 힐베르토 멘도사(베네수엘라) 회장을 비롯해 91개 회원국 관계자 및 전 세계 복싱 프로모터는 물론 이들 소속의 현역 챔피언들도 모인다. 특히 이 자리에는 세계적인 프로모터 돈 킹(미국) 씨도 참석할 예정.
이들이 모두 지켜보는 특별경기에서 정 씨는 필리핀 선수와 범아시아권투협회(PABA) 슈퍼라이트급 잠정 타이틀매치를 벌인다. 잠정챔피언은 1개 체급에서 두 명의 챔피언을 인정하는 제도로 통합전을 치른다.
17세 때 무작정 상경해 중국음식점 배달원을 하면서 권투에 입문한 정 씨는 생계를 위해 한때 글러브를 벗었다. 하지만 ‘챔피언의 꿈’을 포기할 순 없었다. 4개의 체인점과 30여 명의 종업원을 둔 중국음식점 사장이 된 그는 37세에 프로선수로 나서 지난해 한국챔피언이 되자 링 위에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올해 1차 방어전에서 승리한 줄 알았으나 며칠 뒤 채점 잘못이 발견돼 승부가 뒤집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례적인 사건을 두고 며칠간 밤잠을 설쳤지만 깨끗이 승복했다. 그러나 복싱을 계속할 것인지 번민했다. 링은 영광의 무대이자 고독의 무대였다.
“링 위는 외롭더라고요. 아무도 그 심정 모릅니다.” 또 고통의 연속이었다. “정신이 혼미해질 때까지 운동을 하다 보면 내가 이 짓을 왜 하나 싶습니다.”
그래도 은퇴하지 않았다. 체력의 한계도 느꼈고 사업에도 신경을 쓰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데도 그만둘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최선을 다하자. 그래서 후회는 남기지 말자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사는 것도 그런 거지요.”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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