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그가 뜨거운 화제다. 대전고 코치를 하던 지연규를 데려다 빼어난 마무리 투수(9일 현재 20세이브)로 바꿔놓지를 않나,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풍운아’ 조성민의 마음에 불을 질러 ‘감격의 첫 승’을 따게 하지를 않나. 그뿐인가. 기아가 버린 김인철은 이제 한화의 주축 타자(타율 0.290)로 펄펄 날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딴청’이다. 8일 마침 SK전을 위해 인천에 와 있는 그를 숙소에서 만났다.
“허허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너무들 그러니까 참 쑥스럽습니다. 다 지들이 열심히 해서 그렇게 된 것이지 내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가 ‘재활의 신’이고 ‘재활 공장장’이라니요? 누가 인터넷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김인식 패러디’를 뽑아줘서 봤는데 참 뭐라고 할 수도 없고…허허.”
‘김인식 패러디’는 김 감독이 야구 해설을 하고 있는 조성민에게 “거기서 뭐해? 야구 해야지…. 곧 부를 테니 몸 만들고 있어”라고 한 것을 패러디한 것. 은퇴한 후 로커로 변신한 이상훈에게 “니가 있을 곳은 클럽이 아니야. 부를 때까지 몸 만들고 있어”라는 식이다. 패러디에는 선동렬 삼성 감독, 최동원 한화 코치와 축구선수 이동국 등도 등장한다.
김 감독은 거의 말이 없다. 연습할 땐 뒷짐 지고 운동장을 어슬렁거린다. 경기 중에도 작전을 별로 내지 않는다. 올 시즌 전문가들은 대부분 한화를 ‘꼴찌 1순위’로 꼽았다. 하지만 9일 현재 한화는 굳건하게 4위를 달리고 있다.
“작전 없는 작전이야말로 최고의 작전이지요. 볼카운트 스리볼이나 원 스트라이크 스리볼일 때 타자에게 마음껏 치라고 합니다. 그 상황에서 작전을 걸면 타자는 나쁜 볼에도 할 수 없이 쳐야만 하거든요. 공은 편안하게 쳐야 잘 맞습니다. 한화가 지금 홈런 1위 팀인데 이것이 가장 가슴 뿌듯합니다.”
그는 선수를 믿는다. 선수가 계속 실수를 해도 꾹 참고 기다린다. 속이 썩고 또 썩는다. 하지만 그 선수가 언젠가 제 몫을 해 줄 때 비로소 돌아서서 소처럼 씩 웃는다.
“쌍방울 시절 9연패를 당하고 있던 김원형(현 SK) 투수가 광주에서 당대 최고 투수인 해태 선동렬과 맞붙어 1-0으로 이겼어요. 그 생각만 하면 지금도 짜릿합니다. 어떻게 하든 그 친구를 쌍방울 기둥 투수로 키우고 싶었거든요. 기대대로 김원형은 그 이후부터 펄펄 날았습니다.”
9연속 패배의 투수를 믿고 또 선발로 내보내는 감독. 그는 사람 키우는 데 도사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만 믿음은 죽은 자도 벌떡 일어나 춤추게 한다.
▼김인식 리더십▼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드러내 보여 준다. 부끄러운 약점도 감추지 않는다. 선수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런 것에 개의치 않는다. 일부러 제스처를 쓰는 것은 딱 질색. 솔직한 게 최고다.
● 중간층을 다독거려라
엔트리 31명 중 13, 14, 15, 16번째 선수가 문제다. 이들은 “주전에 비해 내가 못하는 게 뭐가 있느냐”고 생각한다. 늘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적당한 때가 오면 이들의 기를 살려 줘야 한다.
● ‘찬양’하고 ‘고무’하라
선수들이 상처 받을 말은 절대 안 한다. 꼭 싫은 말을 해야 될 때조차 “사람이 던지는 공인데 그걸 못 쳐” 하는 식으로 돌려서 말한다. 본인이 누구보다도 자신의 실수를 잘 알고 있는데 거기에 또 소금 뿌릴 필요가 있나.
● 일단 믿고 기다려라
선수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본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똑같이 기회를 주고 끈질기게 기다린다. 감독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선수는 언젠가는 그 기대에 보답한다.
● 모든 게 내 탓
선수가 실수해서 져도 그건 모두 감독인 내 탓. 완벽하게 잘 가르쳤으면 그런 실수를 했겠는가.
● 설치지 않는다
감독은 있는 듯, 없는 듯해야 선수들이 펄펄 난다. 말도 될 수 있으면 아낀다.
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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