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 취재석]첼시의 철벽수비에 대한 질투

  • 입력 2005년 9월 28일 03시 01분


코멘트
지난 주말 경기 결과는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은 이미 결정났다’라는 항간의 우려를 역시 잠재우지 못했다.

첼시는 7연승(승점 21)을 거두며 전통의 라이벌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3승 2무 1패·승점 11점)를 이미 승점 10점 차로 따돌렸다.

그러나 첼시의 철벽수비 경기 스타일을 팬들이 썩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다. 많은 팬은 “수비 위주 전술 때문에 흥행의 가장 큰 기준인 골이 터지지 않는다”며 “프리미어리그가 이탈리아 축구처럼 재미없어졌다”고 비난하고 있다.

첼시는 이러한 부정적 여론의 가장 주된 표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불공정하다. 630분(7경기) 동안 100% 승률을 거둔 팀을 수동적이라고 비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프리미어리그는 최전방에 스트라이커 1명을 두고 빠른 공격형 미드필더 2명이 좌우에서 받치는 4-3-3(또는 4-5-1) 시스템이 큰 조류를 이루고 있다. 이 전술은 실점을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4-4-2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전통적인 공격적 영국 축구와는 상반된다.

이는 ‘원더보이’ 마이클 오언(뉴캐슬)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같은 보다 성공적인 클럽을 마다하고 뉴캐슬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언은 최전방을 혼자 휘젓기에는 체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조차도 현재의 전술이 클럽의 공격력에 비해 비생산적이라며 불만이라는 소문도 있다. 문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결정적인 한방을 터뜨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맨체스터시티, 리버풀, 블랙번과의 최근 3경기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시종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2무 1패로 겨우 승점 2점을 얻었다.

이는 24일 블랙번과의 경기에서 오랜만에 선발 출장했던 박지성에게도 당혹스러운 것이다. 박지성은 4-4-2 시스템에 더욱 적합해 보이기 때문이다.

공격적 축구의 대명사 아스널의 아르센 벵게 감독은 “50∼70파운드(10만∼14만 원)의 거금을 주고 입장한 팬들을 지루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프리미어리그는 팬을 즐겁게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막상 아스널 선수들조차 감독의 뜻을 못 따르는 것 같다. 24일 웨스트햄과의 경기에서 아스널은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아무튼 벵게 감독도 첼시의 독보적인 전력과 화려한 선발 멤버는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싫든 좋든 첼시는 ‘스탠더드(기준)’를 높여놓았다. 그게 비록 구단주의 ‘돈질’과 가차 없이 효과적 전술만 추구했기 때문이라도…. 그리고 이제 첼시의 라이벌들의 임무는 첼시를 쫓아가는 것이다.

롭 와이트먼 잉글랜드 축구전문기자 rob.wightman@ntlworld.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