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마침내 해냈다.
시즌 전 목표했던 30홈런 고지에 올라 일본에서 성공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것이다.
28일 니혼햄전을 끝으로 정규시즌을 마감한 이승엽의 최종 성적은 타율 0.260에 30홈런, 82타점. 홈런과 타점은 팀 내에서 1위다.》
○ 시련
일본 데뷔 첫해인 작년 성적은 타율 0.240에 14홈런, 50타점. 올해 역시 초반에는 보비 밸런타인 감독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결과는 개막전 엔트리 제외와 2군행.
이를 악물었다. 전담 코치로 임명된 김 전 감독과 함께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방망이를 휘둘렀다. “태어나서 이렇게 훈련해 본 적이 없었다”는 말처럼 손바닥 껍질이 여러 차례 벗겨졌을 정도다.
○ 기회
개막 후 일주일 만에 기회가 왔다. 첫 경기였던 4월 3일 소프트뱅크전에서 마하라를 상대로 좌익수 옆 3루타를 쳐냈다. 이승엽이 4월 한 달간 쳐낸 홈런은 모두 4개. 그러나 감독의 신뢰와는 여전히 멀었다. 왼손 투수가 나오면 어김없이 벤치 신세.
이승엽의 진가가 발휘된 것은 5월부터 시작된 센트럴리그와의 인터리그(리그 간 교류경기)에서였다. 펄펄 날았다. 5월 18일 히로시마전부터 22일 주니치전까지 5경기 연속 홈런. 팬들은 물론 일본 언론도 들끓었다. 인터리그에서 기록한 홈런은 무려 12개였다.
○ 해결사
어느덧 이승엽은 팀 내 최고 홈런 타자가 되어 있었다. 단지 개수가 많았다는 것이 아니다. 홈런 하나하나가 인상적이었고 영양가 만점이었다.
7월 4일 니혼햄전에서 친 홈런은 비거리가 150m였다. 이 타구는 일본의 영웅 나가시마 시게오 전 요미우리 감독이 그려진 전광판을 직접 맞혀 화제가 됐다. 7월 18일 니혼햄전 연장 11회 결승 홈런, 9월 17일 세이부의 17승 투수 니시구치를 상대로 친 홈런, 9월 23일 라쿠텐전 퍼시픽리그 전 구단 상대 홈런 등이 이어졌다. 이승엽이 홈런을 친 30경기에서 롯데는 26번을 이겼다. 그의 홈런은 승리를 부르는 홈런이었다.
○ 미래
이승엽은 10월 7일 세이부와의 2, 3위 결정전을 시작으로 일본 무대 첫 포스트시즌을 치른다.
시즌 후 진로에 대해 이승엽은 “최고가 되기 위해 일본에 남고 싶다”고 말했다. 롯데에 남을 수도,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2년간 5억 엔(약 50억 원)을 받았던 몸값이 더욱 높아질 거란 점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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