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스는 역시 ‘악동 용병’이었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야구를 잘하는 것을. 그냥 잘하는 정도가 아니라 중요한 순간 결정적인 홈런을 쳐내는 선수인 것을.
한화가 데이비스와 고동진의 홈런, 그리고 상대 수비진의 어설픈 수비를 발판 삼아 SK를 5-3으로 꺾고 2승 1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마침 이날이 36번째 생일인 데이비스는 1-2로 뒤진 5회 1사 1루에서 신승현의 한가운데 커브를 통타해 우중간 담을 훌쩍 넘어가는 역전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비거리 115m. 이 홈런 한 방으로 한화는 SK에 넘어갔던 주도권을 빼앗아 왔다.
SK 수비진도 한화를 도왔다. 한화는 3-3이던 7회 2사후 데이비스의 오른쪽 안타와 김태균의 볼넷으로 1, 2루 찬스를 잡았다. 이도형은 SK의 3번째 투수 윤길현의 2구째를 노려 쳤으나 빗맞은 공은 투수 머리 위를 살짝 넘어 힘없이 날아갔다.
유격수 김민재가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로 보였다. 김민재는 순간적으로 몸을 날렸으나 야속하게도 공은 김민재의 글러브를 맞고 튕기며 2루수 쪽으로 흘렀다. 이 틈을 타 2루 주자인 데이비스는 홈을 밟아 결승점을 올렸다. 제대로 잡기만 했으면 타자가 아웃되거나 2루 주자를 3루에서 막을 수 있었던 타구가 순식간에 역전 결승타로 변한 것.
2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최영필은 9회 마무리 지연규에게 마운드를 넘기기 전까지 7과 3분의 1이닝 동안 6안타 1볼넷 1실점의 호투로 포스트시즌 첫 승리를 따냈다. 세이브를 챙긴 지연규는 36세 1개월 18일로 포스트시즌 최고령 세이브 기록을 갈아 치웠다. 종전 기록은 권영호의 35세 8개월 16일.
양 팀은 4일 하루를 쉰 뒤 5일 대전구장으로 자리를 옮겨 4차전을 갖는다.
인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양팀 감독의 말
▽한화 김인식 감독=선발 김해님이 3회까지는 막아 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1회 2점을 내준데다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아서 최영필로 바꿨는데 기대 이상 잘 해줬다. 오늘 승리로 우리가 유리한 입장에 섰는데 남은 경기에서 투수 문동환을 어떻게 기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본다.
▽SK 조범현 감독=선발 신승현의 컨디션이 안 좋았다. 한화 데이비스의 5회 역전 홈런이 결정타였는데 배터리의 볼 배합이 좀 잘못됐던 것 같다. 우리는 선발 투수들의 완투 능력이 다른 팀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불펜 운용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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