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기아가 아니었다. 기아는 프런트의 입김이 강한 구단. 언제부터인지 야구인들 사이에선 이런 말이 나돌았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기아는 서정환 감독에게 이례적으로 3년을 맡겼다. 그동안 여러 사람이 하마평에 오른 가운데 그가 대권을 잡으리라고는 예상했지만 또 한 번의 과도체제가 될 거란 걱정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3년 이상의 장기 계약은 LG 이순철 감독의 예외가 있긴 했지만 삼성 선동렬 같은 슈퍼스타나 현대 김재박 같은 검증된 명장이나 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터. 문학구장에서 만난 SK 조범현, 한화 김인식 감독은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김 감독은 두산 시절 3년 계약을 3번이나 했었다.
7명을 대폭 교체한 코치 인선은 경이의 연속이었다. 서 감독은 종전의 김성한 유남호 감독은 감히 꿈도 꾸지 못한 자신만의 인사를 단행했다. 장채근과 일본인 이케우치 코치가 아웃됐고, 유남호 전 감독이 현직을 고사한 것은 서 감독의 친정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첫 단추.
해태 시절 김응룡 감독이 장기 집권한 데다 선동렬 이순철 감독이 다른 팀으로 빠져나가 호남에 지도자가 없다는 말은 빈말이었다. 그 많은 코치가 계약 해지됐는데도 역시 그만큼의 인원이 보충된 것. 물론 이번에 새로 선임된 코치 중에는 오랜 기간 현장을 떠나 있었거나 이제 갓 코치가 된 경우가 많아 경험 부족을 해결하는 게 숙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기아는 올해 꼴찌를 했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팀이다. 올 초 그랬던 것처럼 팀만 제대로 추스른다면 내년 시즌 당장 우승 후보로서 손색이 없다. 1990년대 말 삼성 사령탑 시절 2년간 5할5푼에 가까운 승률을 올렸고 2000년 시즌을 빼곤 지도자 경력만 15년인 서 감독의 경륜도 탁월하다.
이제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는 일만 남았다. 롯데의 성적이 좋아야 프로야구 전체가 살아난다는 말은 기아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이다. 모쪼록 기아가 옛 해태의 법통을 이어받기를 기대해 본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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