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코치는 이영주(39) 감독보다 여섯 살 아래, 막내 김연주(19)보다는 열네 살 위. 그는 단순히 감독과 선수 사이의 다리 역할만 한 게 아니다. 경험과 자신감이 부족한 어린 후배들을 ‘끈끈하고 차돌같이 단단한’ 전사들로 확 바꿔 놓았다.
난생 처음 강연하랴(GS칼텍스 여자배구선수들 대상), 잡지 표지모델(시사여성주간지 ‘미즈엔’) 촬영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를 만났다. 열흘 받은 휴가 중 제대로 쉰 것은 단 하루. 그는 “갓 돌이 지난 딸이 눈에 밟힌다”며 “아이를 길러 주시는 시부모님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의 ‘코치 리더십’ 비결은 뭘까.
▽나를 따르라=4월 초 실시한 실미도 해병대 지옥훈련. 전 코치는 출산 후 7개월 된 몸으로 주저 없이 갯벌에 맨 먼저 뛰어들었다. 2주 동안 실시된 삼천포 산악훈련에서도 늘 앞장섰고 ‘송판 격파, 숯불 위 맨발로 걷기’ 등에서도 거리낌 없이 시범을 보였다. 전 코치는 “숙소에 돌아오면 온 몸이 아파 방을 기어 다녔고 밤새 끙끙거렸다. 하지만 다음 날 훈련 때면 전혀 내색하지 않고 후배들의 선두에 섰다”고 말했다.
▽막내들에게 마음껏 재잘대도록 하라=팀 미팅 때마다 막내들에게 무슨 말이든 마음대로 하게 한다. 가끔 피자나 치킨 등을 ‘쏘기도’ 한다. 깔깔대고 수다 떨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 믿음이 생기고 한솥밥 식구라는 의식이 든다. 미팅에서 나온 이야기는 가감 없이 분명하게 감독에게 전한다. 하지만 용어는 될 수 있으면 부드럽게 한다.
▽졌다고 징징대지 마라=게임을 즐긴다. 졌다고 슬퍼하지 않고 이겼다고 호들갑 떨지 않는다. 슛보다 어시스트하는 게 훨씬 신난다. ‘어디까지나 난 후배들의 조역’이라는 생각으로 게임에 임한다. 그는 챔피언결정전에서 경기당 평균 36.52분을 뛰며 20득점 4리바운드 4.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실수한 선수일수록 등을 두드려 줘라=실수는 누구에게나 있는 법. 게임 중 실수한 후배에게 다가가 “잘했어, 괜찮아”라며 다독여 준다. 게임 후엔 그 선수를 따로 불러 개인지도를 해 준다.
▽솔직한 게 최고다=팀워크를 깨는 것은 언제나 한두 명. 그런 선수는 따로 불러 설득에 최선을 다하지만 그래도 안 되면 그 선수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조목조목 따끔하게 이야기해 준다. 하지만 맘에 오래 담아 두지 않는다.
▽운동선수도 공인이다=챔피언 결정전 최우수선수(MVP) 상금 전액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내놓았다. 아기 돌 땐 그 할머니들에게 떡을 보내 드렸다. 게임에 지더라도 팬들 앞에선 늘 웃는다. 틈날 때마다 역사 관련 책을 즐겨 읽는다. “김훈의 책 ‘칼의 노래’를 읽고 한참 울었어요.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데도 앞만 보고 묵묵히 가는 인간 이순신, 그의 마음이 얼마나 답답하고 외로웠을까요.”
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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