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낮에 양상문 감독과 통화했는데 재계약 않겠다는 통보를 받기 직전까지 아무것도 모른 채 마무리 훈련을 지휘하고 있었어요. 이게 뭡니까. 아무리 감독 인선은 구단의 고유 권한이자 대외비라지만 전관예우라곤 눈곱만큼도 없어요.”
기자가 먼저 말을 꺼내자 쏟아지는 원성들.
“그래요. 4년 연속 꼴찌를 올해 5위로 끌어올린 양 감독에게 수고했다는 말조차 안 했다더군요. 정상적인 경우라면 중도 퇴진시킨 감독에게조차 그러지 않았을 거예요. 그날 밤 양 감독은 김용희 2군감독과 씁쓸히 소주잔을 기울여야 했죠.”
“솔직히 말해 예전에 롯데에서 두 번이나 우승컵을 안은 강병철 감독이 왔다고 해서 내년 시즌 롯데가 당장 우승할 전력입니까. 롯데가 이만큼이나 된 것도 다 젊은 양 감독이 노력한 덕분인데 우승은 강 감독의 몫이라뇨?”
말을 아끼던 ‘방장’ 김 감독도 이쯤에선 못 참았던 모양이다.
“사실 이럴 거면 정규시즌 끝나자마자 결정해주는 게 도리 아닙니까. 양 감독은 물론 같이 보따리를 싸야 할 코치들이 다른 팀에 옮길 수 있는 길은 열어줘야죠. 마음 같아선 모두 우리 팀에 불러주고 싶을 정도예요.”
김 감독은 2년 전 양 감독이 먼저 롯데 사령탑이 된 뒤 곧바로 수석코치를 제의했을 만큼 막역한 선후배 사이.
그러자 “아예 그런 말은 입도 뻥끗하지 말아요. 두산은 지금 코칭스태프가 똘똘 뭉쳐 최고의 팀워크를 유지하고 있는데 괜히 큰 경기 앞두고 코치들 불안하게요”라는 말이 나와 좌중엔 잔잔한 웃음이 퍼졌다.
결국 이날 결론은 이랬다.
“그동안 롯데 유니폼을 입었던 사람 중에 웃으며 떠난 사람이 있답니까. 아니 할 말로 강 감독도 한때는 고향인 부산을 향해 오줌도 누지 않겠다고 했죠. 이번 역시 선수단이 아니라 경영인의 관점에서 단행된 롯데의 전형적인 인사 폐단입니다.”
잘못된 게 이날 모인 야구인들인지, 롯데인지. 판단은 팬들의 몫이다.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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