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말 삼성 김재걸(33)이 첫 타석에 서자 그의 이름이 구장 가득 울려 퍼졌다. 억대 스타가 즐비한 호화군단 삼성의 그 어떤 선수가 들어섰을 때보다 큰 함성이었다.
프로 11년차지만 연봉 6500만 원에 불과한 2루수 백업요원 김재걸이 프로야구의 가장 큰 무대인 한국시리즈에서 관중에 가장 사랑받는 선수가 된 것.
바로 전날 벌어진 1차전에서의 활약 덕분이었다. 김재걸은 선발 라인업에선 빠졌지만 2-2 동점인 5회말 박종호가 스퀴즈번트를 시도하다 오른손을 다치는 바람에 대타로 출전 기회를 잡았고, 이 타석에서 천금의 역전 2루타로 경기를 3-2로 뒤집었다. 7회에는 쐐기 2루타를 날리기까지 했다.
김재걸은 2차전에서도 연장 12회말 천금의 2루타로 끝내기 득점을 올리는 등 3타수 3안타 2볼넷 1득점의 만점 활약을 펼쳤다. 2차전까지 6타수 5안타 2볼넷으로 타율 0.833에 출루율은 0.875.
김재걸은 “어차피 백업요원이니까 팀에 폐 끼치지 않을 정도로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부담 없이 하니까 오히려 잘됐다”며 “관중에게 이렇게 많은 환호를 받아 본 것은 프로에서 처음”이라고 말했다.
대구=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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