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아드보카트 ‘분석축구’ 히딩크 ‘파워축구’ 넘을까

  • 입력 2005년 10월 19일 03시 00분


‘히딩크는 파워, 아드보카트는 분석.’

딕 아드보카트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의 색깔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철저하게 과학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에선 2002년 한국을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이 추구한 스타일과 판박이. 다만 히딩크감독이 파워 프로그램으로 대표팀을 업그레이드시켰다면 아드보카트 감독은 분석 프로그램으로 혁신을 꿈꾸는 게 다르다.

대한축구협회 기술국이 평가한 아드보카트 축구를 알아본다.

▽한 치의 오차 없는 분석 축구=아드보카트 감독은 1년 6개월 동안 대표팀을 조련한 히딩크 감독과 달리 많아야 총 70일 정도의 훈련기간밖에 없다. 이에 따라 아드보카트 감독이 내놓은 카드는 철저한 분석에 기초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축구. 2002월드컵의 조연 핌 베르베크 수석코치와 아프신 고트비 기술분석관, 그리고 홍명보 코치를 코칭스태프로 끌어들인 이유가 분석과 처방에 있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

그는 취임 후 불과 열흘 남짓한 기간에 한국과 이란의 장단점을 파악해 12일 족집게식 6가지 긴급 처방으로 2-0 승리를 거둬 희망을 쏘았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한일월드컵 때와 달리 지금은 선수들이 체력이 좋은 데다 축구에 대한 이해력이 빨라 짧은 시간 안에 전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12일 열린 한국-이란 대표팀 축구 경기 후반전 상황. 한국은 전반 ‘3-4-3’ 포메이션에서 후반에는 ‘4-3-3’ 포메이션으로 변환했다. 수비수와 미드필더뿐만 아니라 최전방 투 톱을 맡은 이동국 박주영까지 적극 수비에 가담해 25m 사이에서 볼을 가진 이란 선수를 포함해 공격수를 압박하며 적극 마크하는 장면.

▽25m 토털사커=“공격과 미드필더, 수비 라인의 간격이 25m 이상 떨어져선 안 된다.”

아드보카트식 ‘토털사커’의 핵심이다. 이는 히딩크 감독이 추구한 30m보다도 좁아진 것. 간격이 벌어지면 선수들이 뛰어야 하는 거리가 늘어나 체력 소모가 많다. 유기적인 협력 플레이도 좁은 간격에서 잘된다.

하재훈 협회 기술국 위원은 “아드보카트 축구에서는 공수가 따로 없다. 상대 공격수를 한쪽으로 몰아 3, 4명이 압박하고 빈자리는 가장 가까운 선수가 채운다. 볼을 따내면 공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위치에 있는 선수가 공격 라인으로 파고든다. 12일 수비수 김진규가 골을 넣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뛰지 않는 자는 나가라=이런 시스템에선 뛰지 않는 선수는 도태된다. 최소의 시간에 최대의 효과를 보기 위해선 선수들 간의 협력이 최우선 과제. 그만큼 많이 뛰어야 한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름값에 연연해 열심히 뛰지 않는 선수는 집에서 쉬게 될 것”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끊임없는 생존 경쟁도 불가피하다.

한편 아드보카트호의 다음 상대인 스웨덴(다음 달 12일), 세르비아몬테네그로(다음 달 16일)와의 친선경기는 모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오후 8시에 개최하기로 18일 최종 결정됐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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