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올해 마지막 평가전에서 세르비아몬테네그로를 2-0으로 이겼다.
한국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전반 4분 만에 터진 노장 수비수 최진철(34·전북)의 헤딩슛으로 선제골을 뽑았다. 상대 진영 왼쪽에서 이을용(트라브존스포르)이 올려 준 프리킥을 뛰어오르며 머리로 받아 넣은 슛에 GK 드라고슬라브 예브리치는 멍하니 서 있었다.
한국은 또 후반 21분 수비 진영에서 공을 받아 60여 m를 드리블하던 이동국(포항)이 아크 정면에서 시속 107km의 오른발 강슛을 터뜨려 추가골을 뽑으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한국은 세르비아몬테네그로의 전신인 옛 유고 시절까지 포함해 1961년 처음 맞붙은 이후 44년 만에 첫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역대 전적은 1승 3무 3패.
아드보카트 감독은 지난 10월 부임한 이후 3차례 평가전에서 2승 1무의 무패 행진을 벌였다. 또 3경기에서 모두 10분 안에 선제골을 뽑아냈고 경기당 2골을 넣는 득점력을 과시했다. 또 3경기에서 모두 공격수뿐만 아니라 수비수들이 함께 골을 넣으며 다변화된 공격 패턴을 보였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날 이동국과 박지성(맨체스터), 차두리(프랑크푸르트)를 전방에 세우고 조원희(수원), 이을용 등을 미드필더로 세워 초반부터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했다. 한국은 박지성과 차두리가 날카로운 돌파력을 과시하며 월드컵 예선에서 1실점밖에 하지 않았던 세르비아몬테네그로의 철벽 수비라인을 허무는 데 성공했다.
한국은 수비에서는 최진철 김영철(성남), 김동진(서울) 등이 전진수비를 펼치며 상대를 압박했다. 한국은 유럽예선 7조 1위를 기록하며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낸 세르비아몬테네그로의 투 톱인 마테야 케즈만과 사보 밀로세비치의 공격력을 집중 수비로 무력화하며 승리를 지켰다.
아드보카트호는 내년 1월 중동과 미국 등에서 한 달여의 집중적인 소집 훈련을 실시해 조직력을 더욱 가다듬을 계획이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딕 아드보카트 한국 감독=매우 흥분되는 경기였다. 우리는 정말 열심히 뛰었고 공수 전환이 빨랐다. 한국팀을 처음 맡았을 때 선수들의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는 것을 느꼈고 강팀과 상대해도 잘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선수 개개인의 플레이보다는 팀플레이가 중요하다. 예전과 같은 포메이션에서 4명의 선수가 바뀌었는데도 기존과 같이 잘해 줬다는 것이다. 박지성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일리야 페트코비치 세르비아몬테네그로 감독=한국은 훌륭한 팀이었다. 친선경기였지만 무척 치열했고 우리도 새롭게 눈을 떴다. 두 골을 허용한 것은 큰일이 아닌데 우리가 3골을 만들지 못한 게 아쉽다. 한국 공격진은 무척 우수했다. 공 소유 여부에 상관없이 활동량이 많았고 항상 공격적이었던 게 인상 깊었다.
▼수비 조직력도 업그레이드…“기량향상 놀라워”▼
“자고 나면 새로워진다.”
전문가들은 ‘아드보카트호’에 대해 “볼 때마다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12일 이란, 이달 12일 스웨덴, 16일 세르비아몬테네그로와의 연이은 평가전 등 매 경기에서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는 분석.
세르비아몬테네그로전을 관전한 신문선 SBS 해설위원은 “이번엔 수비 조직력이 아주 좋아졌다. 수비 라인과 미드필드 라인 간의 유기적인 압박 플레이가 돋보였다. 요즘은 대표팀 경기를 볼 때마다 이번엔 뭐가 바뀔지 궁금할 정도로 변화가 많다”고 말했다. 김학범 성남 일화 감독도 “선수들의 움직임과 집중력이 날이 갈수록 향상되는 게 느껴진다. 선수들의 플레이에서도 자신감을 찾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란전에선 정신력, 스웨덴전에선 공격력, 세르비아몬테네그로전에선 수비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분석했다.
김주성 MBC 해설위원은 “짧은 시간에 선수들 마음가짐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게 가장 큰 변화다. 선수 개개인의 테스트에 중점을 뒀기 때문에 조직력이나 전술적인 면에서 많은 업그레이드가 됐다고 볼 수는 없다. 선수들이 독일 월드컵에 출전하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하다 보니 저절로 팀 조직력이 탄탄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세르비아몬테네그로전을 끝으로 2005 시즌을 마감한 한국 축구. 월드컵이 열리는 2006년엔 과연 또 어떻게 진화할까.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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