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이천수 원맨쇼… 넋잃은 인천팬

  • 입력 2005년 11월 28일 03시 07분


마치 잔칫상을 차려 놓은 듯했다.

이천수는 이날 해트트릭에다 어시스트까지 1개를 기록하며 잔치를 벌였다.

인천의 3만5000여 홈팬은 비록 상대 선수지만 이천수의 ‘원맨쇼’를 넋을 놓고 쳐다볼 뿐이었다.

2002년 K리그 신인왕에 오르며 화려하게 프로 무대에 데뷔했던 이천수는 2003년 7월 스페인 명문 레알 소시에다드로 이적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빅리그 적응에 실패하며 슬럼프에 빠졌고 올해 8월 K리그로 복귀했다.

그때 복귀전 상대가 바로 고향팀인 인천. 이천수는 골대만 두 번 맞힌 뒤 평정심을 잃었고 심판에 항의하다 퇴장까지 당하는 불운을 겪었다. 스페인에서의 긴 침체가 국내에서도 이어질 듯 불길한 조짐이었다.

당시 서운했던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던 이천수는 이틀 전 부천 SK 연습구장에서 가진 팀 훈련에선 따로 모형 벽을 세워놓고 프리킥 연습을 하며 투지를 불태웠다.

플레이오프에서도 팀의 두 골을 어시스트하며 결승행을 이끌었던 이천수는 딕 아드보카트 대표팀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펼쳐진 챔피언결정전에서 누구보다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며 그동안의 부진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알렸다.

이천수는 경기 후 “생애 첫 해트트릭을 기록해 너무 기쁘다”며 “그동안 ‘킬러’에선 빠졌었는데 이제 ‘킬러 이천수’라고 불러달라. 대표팀에서도 어떤 선수와 겨뤄도 주전을 차지할 자신이 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인천=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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