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과 기능성이 뛰어난 첨단 농구화가 쏟아져 나오는 판에 다소 의외다. 그것도 프로농구 최고인 연봉 4억2000만 원을 받는 초특급 선수가….
서장훈은 그 이유에 대해 “성격이 좀 민감한 편이어서 조금만 달라져도 어색하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서장훈은 207cm, 115kg의 거구답지 않게 세밀한 성격을 지녔다. 경기 전 몸을 풀 때는 가장 늦게 코트에 나온다. 라커룸에서 발에 테이핑을 하고 스트레칭을 워낙 꼼꼼하게 하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려서다.
서장훈에게 올 시즌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출전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지난 7시즌 동안 한 경기 평균 38분 가까이 소화했던 그는 이번 시즌엔 평균 33분 정도를 뛰고 있다. 역대 삼성 유니폼을 입은 용병 가운데 최강이라는 외국인 선수 두 명이 가세하면서 서장훈이 숨 돌릴 여유를 찾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서장훈의 출전시간을 30분 아래로 떨어뜨려야 삼성은 더욱 강해진다고 말한다. 풍부한 식스맨을 활용하면서 다양한 공격과 수비 전술을 구사해야 삼성의 승산이 높아진다는 얘기. 이들은 그 대신 서장훈은 결정적인 고비에서 해결사 역할에 집중하는 편이 더 도움이 된다고 본다.
그러나 서장훈 입장에서 보면 당혹스러운 일. 출전시간이 줄다보면 당연히 득점과 리바운드 수가 줄어들게 된다. 단순히 기록만으로 평가받는 프로농구 풍토 속에서 자칫 하강곡선을 그리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고참 선수들이 흔히 겪게 되는 출전시간을 둘러싼 코칭스태프와의 갈등이 30대에 접어든 서장훈에게도 일어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서장훈은 “5분 쉰다고 체력이 남는 건 아니다. 오히려 경기 리듬을 망칠 수 있어 뛰면서 조절하는 게 낫다”고 말한다.
삼성 코칭스태프는 세밀한 성격의 서장훈이 불만을 가지지 않게 하면서 그의 출전시간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참에 서장훈이 스스로 변신을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오랫동안 신어 왔던 농구화도 한번 바꿔보고….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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