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4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5 프로축구 챔피언 결정 2차전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에 1-2로 졌다. 그러나 울산은 지난달 27일 열린 1차전에서 5-1의 대승을 거둬 1, 2차전 골득실 차에서 앞서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이로써 울산은 1996년 우승에 이어 9년 만에 정상에 오르는 감격을 맛봤다. 또 1998, 2002, 2003년 준우승에 머문 뒤 얻었던 ‘만년 2위’라는 꼬리표를 떼게 됐다. 울산 김정남 감독은 1989년 유공(현 부천 SK)을 우승으로 이끈 뒤 16년 만에 우승컵을 안았다. 울산 용병 마차도는 13골을 기록하며 FC 서울의 박주영(12골)을 제치고 득점왕에 올랐다.
이천수 김정우 이호 유경렬 등 국가대표팀 소속의 호화 멤버가 포진한 울산은 전후기 통합순위 3위로 가까스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뒤 챔피언 결정전까지 파죽지세로 치고 올라와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울산은 전반 14분 인천의 라돈치치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4분 뒤 최성국이 이천수의 헤딩 패스를 받은 뒤 대각선 슛을 꽂아 넣어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울산은 전반 26분 문전 혼전 중 라돈치치에게 다시 왼발 슛을 허용해 1-2로 끌려갔으나 인천의 추가 득점을 저지하며 우승컵과 우승상금 2억 원을 거머쥐었다.
이날 경기에는 3만4652명이 입장해 올해 K리그 총관중은 287만3351명이 됐다. 이에 따라 종전 최다관중(1999년 275만2953명)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공포의 시민구단’ 우승보다 값진 준우승▼
“죽을 때까지 함께 뛰어 보자.”
푸른색 팀 유니폼을 입은 인천 서포터스들은 이날 끝까지 목이 쉬라고 팀을 응원했다. 구단주인 안상수 인천시장도 이들과 함께 인천 유니폼을 입고 머플러를 흔들며 ‘인천 파이팅’을 외쳤다.
1차전에 1-5로 대패한 인천이 4점차를 극복하고 역전승하는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인천 서포터스들은 시청과 각 구청에서 지원한 버스 10대에 나눠 타고 폭설과 혹한을 뚫고 울산을 찾았다.
비록 우승컵을 안지 못했지만 올 시즌 인천은 훌륭했다. 창단 2년 만에 준우승을 차지한 것만도 대단하다는 것이 축구계의 평가. 사실 올 시즌 인천의 돌풍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반란이었다.
국가대표 스타 선수가 한 명도 없고 구단 예산도 대기업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쪼들렸다. 전용 연습구장 하나 없어 버스를 타고 경기도와 강원도의 잔디 연습구장을 찾아 전전해야 했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들의 성과는 더욱 값졌다.
인천의 구단 홈페이지에는 한 팬이 쓴 ‘별보다 더 빛나는 260만 개(인천 시 인구)의 촛불’이라는 시가 실렸다.
‘기적이 별거더냐/하나가 또 하나의 등을 두드리며 우리가 되는 거지/이제 우리는 고이 간직했던 별들을 꺼내어/작은 심지에 260만 개의 불을 밝혀 니케를 부르노니, 그대들 우리의 전사여 승리하라.’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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