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프리즘]축구에도 ‘백두대간’이 있다

  • 입력 2005년 12월 16일 03시 08분


2002년 5월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프랑스의 축구대표팀 평가전.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2년 5월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프랑스의 축구대표팀 평가전. 동아일보 자료 사진
축구에도 ‘백두대간’이 있다. ‘센터라인(키 플레이어)’이 바로 그것이다. 센터라인은 한마디로 우리 몸의 ‘등뼈’와 같다. 각 부문의 ‘포지션 리더’, 즉 지휘자이기도 하다. 골문을 지키는 골키퍼, 수비를 총지휘하는 중앙 수비수(센터 백), 수비와 공격을 연결하는 수비형 미드필더, 중원의 지휘자이며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하는 공격형 미드필더, 최전방 중앙공격수(센터포워드)가 바로 이들이다.

이들은 우선 체격이 좌우 날개보다 크다. 특히 센터포워드와 중앙 수비수는 우람한 한 그루 나무 같다. 그들이 그곳에 떡 버티고 서 있으면 보기만 해도 위압감부터 느껴진다. 그들은 체력과 기본기가 좋다. 노련하고 ‘생각의 속도’도 빠르다. 수비형 미드필더나 중앙 수비수, 골키퍼는 국가대표팀 간 경기인 A매치 경험이 많아 노련할뿐더러 패스 길목을 잘 지킨다. 이들은 경기 중에도 끊임없이 동료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경기를 조율한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과 맞붙을 ‘레 블뢰(파란색 군단)’ 프랑스의 ‘등뼈’를 보자.

골키퍼 그레고리 쿠페(33·181cm·80kg·올림피크 리옹)중앙 수비수 릴리앙 튀랑(33·185cm·78kg·유벤투스) 수비형 미드필더 클로드 마켈렐레(32·174cm·70kg·첼시) 공격형 미드필더 지네딘 지단(33·185cm·78kg·레알 마드리드) 센터포워드 티에리 앙리(28·188cm·83kg·아스널). 이들의 평균 나이는 31.8세, 키 182.6cm, 몸무게 77.8kg.

스위스는 어떨까. 골키퍼 파스칼 주베르뷔흘러(34·197cm·98kg) 중앙 수비수 필프 센더로스(21·190cm·84kg·아스널) 수비형 미드필더 요한 포겔(28·177cm·71kg·AC밀란) 공격형 미드필더 히카르도 카바나스(26·173cm·68kg) 센터포워드 알렉산더 프레이(26·179cm·76kg·스타드 렌). 평균 나이 27세, 키 183.2cm, 몸무게 79.4kg.

한국팀의 경우 11월 이란, 스웨덴, 세르비아몬테네그로와 잇따라 가진 평가전 멤버를 기준으로 살펴 보자. 골키퍼 이운재(32·182cm·82kg) 중앙 수비수 김영철(29·183cm·80kg) 수비형 미드필더 이호(21·177cm·68kg) 공격형 미드필더 박지성(24·175cm·70kg) 센터포워드 이동국(26·185cm·80kg). 평균 나이 26.4세, 키 180cm, 몸무게 76kg.

한국팀은 평균 나이가 프랑스보다 5.4세, 스위스보다는 0.6세 젊다. 키(2.6∼3.2cm)와 몸무게(1.8∼3.4kg)는 조금 뒤처진다. 한국은 ‘늙은’ 프랑스와 맞붙었을 땐 패기로 정신없이 몰아붙여야 한다. 한국과 스위스는 비슷하다. 스위스는 수비진이 장신이고 미드필드진과 공격수들은 한국과 엇비슷하다. 그만큼 빠르다. 양 사이드가 뚫리면 위험하다. 허리부터 강한 압박으로 패스 길목을 끊어야 한다. 거꾸로 한국이 공격할 땐 공중전을 하면 불리하다. 짧은 패스로 장신들의 더딘 순발력을 역이용해야 한다.

프랑스와 스위스는 월드컵 예선(2무)뿐만 아니라 유로2004에서도 만났다. 프랑스의 3-1 승리. 하지만 볼 점유율(53% 대 47%)은 비슷했다. 문제는 패스성공률(80.2% 대 76.2%). 총슈팅 수 16-7, 유효슈팅 수 8-3, 코너킥 7-1로 스위스가 한참 몰렸다.

한국은 프랑스전에서 엉뚱한 패스를 하다가는 큰일 난다. 몰아붙이다가 패스미스로 역습을 허용하면 그대로 골을 허용할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도 약점이 있다. 앙리와 지단의 불화가 그것이다. 프랑스는 유로2004에서 크로아티아와 졸전 끝에 2-2로 비겼다. 경기 후 주장 지단은 앙리에게 “열심히 뛰지 않았다”고 질책했다. 그러자 앙리는 “세계 최고라는 사람이 팀 우승을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둘은 평소 말을 하지 않는다. 경기가 안 풀릴 땐 팀워크가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다.

유로2004 프랑스-그리스전을 보면 한국이 프랑스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리스는 볼 점유율(45% 대 55%), 패스성공률(64.8% 대 78.4%), 총 슈팅 수(5-11), 유효슈팅 수(4-5) 등에서 모두 뒤졌지만 몸을 던지는 투지(파울 23개)로 1-0 승리를 일궈 냈다.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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