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에서 박경애(대한항공)를 풀세트 접전 끝에 4-3으로 이겼을 때 이은실은 코트에 주저앉아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이를 두고 탁구계에서는 ‘독사의 눈물’로 회자됐다. ‘독사’는 이은실의 눈초리가 매서운 데다 워낙 독하게 운동하기로 유명해 붙여진 별명.
16일 올해 마지막 대회인 KRA컵 SBS탁구챔피언전이 열리고 있는 충북 단양군의 다목적체육관에서 그를 만났다.
“사람들 앞에서 울어 보기는 3번째예요.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복식 결승에서 중국의 장이닝-리난 조에 1-3으로 지다 4-3으로 뒤집으며 우승했을 때, 지난해 아테네 올림픽 복식 8강에서 계속 지기만 하던 북한의 김현희-김향미 조를 4-2로 이겼을 때 울었죠. 그래도 이번에 제일 많이 울었어요.”
그만큼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 지도자로서 제2의 인생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세웠는데 그에게 주어진 트레이너라는 역할은 성에 차지 않았다. 사실 그가 떠나고 팀 전력이 크게 떨어진 삼성생명으로선 당장 이은실이 선수로 더 필요했다. 결국 ‘아직은 때가 아니구나’라는 결심으로 돌아왔지만 10개월 남짓의 공백을 만회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종합선수권 우승으로 자신감을 찾기는 했지만 후배들에겐 미안하죠. 사실 후배들이 반성을 많이 해야 돼요. 빨리 저를 넘어설 수 있는 실력을 키워야죠.”
결혼 생활도 순탄하다. 컴퓨터게임 그래픽디자이너인 남편 이창돈(33) 씨는 마음이 넓은 남자란다. 남편 직장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고 삼성생명 체육관은 서초동에 있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집에서 차로 출퇴근을 함께한다. 아침저녁을 모두 외식으로 해결하는데도 너그럽게 이해해 준다. 이은실은 올해 경희대 체육학 박사과정에 지원해 합격된 상태. 2세 출산은 박사과정이 끝난 뒤로 미루기로 했다.
선수로서 개인적인 목표는 이제 없다. “팀에 보탬이 된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원래 제가 좀 욕심이 많았는데 이제 탁구를 즐겨 보려고 해요. 사실 또 그렇게 마음먹으니 경기도 잘 풀리네요.”
단양=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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