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자 100m 기록은 1979년 9월 멕시코시티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서말구(51·해군사관학교 교수)가 세운 10초34. 이후 27년간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1985년 장재근이 10초 35로 가장 근접했지만 그 뒤 다른 선수들은 10초 50을 경계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10초 50은 1939년 김유택이 처음 세운 한국기록이다. 무려 67년 동안 그 언저리를 맴돌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그리피스 조이너(사망)가 1988 서울 올림픽 때 세운 여자 100m 세계기록 10초 49에도 못 미친다.
한국기록 10초34는 세계기록으로 치면 1930년(캐나다 퍼시 윌리엄스의 10초 3) 수준이다. 파월의 기록과는 70년 차이다. 1979년 서말구가 기록을 세울 당시 세계기록은 9초 95로 한국기록보다 0.39초 앞섰다. 하지만 이제 한국과 세계기록의 차는 0.57초나 된다. 0.57초를 거리로 따지면 약 6m. 한국 남자 100m는 사실상 94m만 달리는 것과 다름없는 셈이다.
서말구 교수는 말한다. “27년 동안 한국 육상계는 뭘 했는지 모르겠다. 신문에 내 이름 오르내리는 것도 이젠 달갑지 않다. 빨리 좀 깨졌으면 좋겠다.”
체격조건이 작아서 그럴까. 그렇다면 우리와 조건이 비슷한 일본과 중국은 어떻게 가능할까. 아시아의 남자 100m기록은 일본의 이토 고지가 1998년 방콕아시아경기에서 세운 10초F(플랫)다. 이토는 182cm, 72kg 의 체격. 10초 51의 기록으로 국내 랭킹 1위인 전덕형(22·충남대)은 키 185cm, 체중 75kg으로 이토보다 좋다. 세계 최고의 파월(188cm, 87kg)과도 별 차이 없다. 미국의 로리 윌리엄스(23)는 키가 157cm인데도 헬싱키 2005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100m에서 10초 93으로 우승했다. 그는 폭발적인 쇼트 피치 주법이 특징이다.
서 교수는 “체격 조건이 왜소하기 때문이라는 변명은 안 통한다. 한마디로 세계적인 흐름과 주법을 따라가지 못한 탓이다. 국내에서 안 되면 세계 최강인 미국에 가서 배워야 한다. 선수들도 피눈물 나게 노력해야 한다. 요즘은 그런 의지조차 없는 거 같아 안타깝다”며 답답해한다.
야구 투수는 볼 끝이 좋아야 한다. 던질 때 볼의 속도와 포수가 받을 때의 속도가 차이가 없어야 치기 어렵다. 100m도 그렇다. 세계적 스프린터들은 초속과 종속의 차가 2∼5%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 선수들은 50∼60m 지점 이후 감속률이 10%에 달한다. 출발반응시간도 느리다. 파월이 세계신기록을 작성할 때의 출발반응시간은 0.150초. 한국선수들은 0.2초를 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전문가들은 올림픽에서 9개의 금메달을 딴 미국 칼 루이스의 보폭(평균 2.43m)과 100m를 46걸음에 달리는 벤 존슨의 ‘쇼트 피치’주법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한국선수들은 어떨까. 주먹구구식으로 훈련을 해오지 않았는지 되새겨 봐야 한다.
병술년 개띠 해. 주마등처럼 빠른 세월. 하지만 올해는 그 세월보다 더 빠르게 달리는 사나이가 나타났으면 좋겠다. 한국남자 100m 기록이 좀 깨졌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100m 신기록에 한 10억 원쯤 포상금을 내걸면 어떨까.
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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