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이 콜로라도와 1년 기본 연봉 125만 달러(약 12억 5000만 원)에 불과한 ‘헐값’ 계약을 했다.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는 100만 달러(약 10억 원). 구단 옵션으로 1년 계약이 연장되면 2007년에는 최대 400만 달러(약 40억 원)를 받는다.
지난해 김병현의 순수 연봉은 675만 달러(약 67억5000만 원)였다. 하지만 그는 별로 개의치 않는 눈치다. 1999년 메이저리그 진출 후 줄곧 꿈꿔 왔던 ‘선발 투수’ 자리를 보장 받았기 때문이다.
김병현의 선발 욕심은 꽤 오래됐다. 애리조나 시절 그는 메이저리그의 수준급 마무리로 활약했다. 그때 주변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사이드암(side arm)이라는 특이한 폼 때문에 마무리로선 통했지만 선발로는 안 될 것이다.”
김병현은 결심했다. “그러면 선발 투수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겠다”고. 이후 그는 입만 열면 ‘선발 타령’을 했다.
지난해 초 콜로라도는 보스턴에게 김병현을 데려오면서 불펜 투수로 쓰길 바랐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는 불펜(3패, 평균자책 7.66)보다는 선발(5승 9패, 평균자책 4.37)로 훨씬 좋은 성적을 냈다.
이번 계약에서 그는 선발 보장을 받아 냈다. 그의 스타일은 이렇듯 여느 선수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작년 말 ‘광주일고 야구부 후원의 밤’에서 그는 “차라리 1년 동안 쉬고 싶다. 돈은 별생각이 없다”고 거리낌 없이 말했다. 그리 크지 않은 금액 차이 때문에 자존심을 들먹이는 선수가 넘치는 프로의 세계에서 좀처럼 듣기 힘든 말이다.
그는 2000년 모교인 무등중학교를 방문했다가 사진 기자들이 몰려 있는 것을 보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줄행랑을 치기도 했고, 한 재벌 회장의 만나자는 요청을 단칼에 거절하기도 했다. 그는 일반적인 스포츠 스타들과는 달리 연예인 친구도 없이 요즘도 예전의 친구들과 ‘잠행’을 하고 있다.
김병현을 이상한 눈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사고를 바꾸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병현은 지금껏 자기 스타일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으로 보인다. 그 고집이 메이저리그의 당당한 선발 투수 김병현을 만든 것이 아닐까.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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