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과 학맥으로 얽힌 농구 코트에서 고졸 학력의 핸디캡을 딛고 ‘지도자의 꽃’이라는 프로 사령탑까지 올랐다.
초등학교, 중고교, 여자 실업팀과 대학 지도자를 거쳐 2000년 4월 프로 LG 지휘봉을 처음 잡았을 때 그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당시 “여기까지 오는데 많은 고통이 있었다”고 말하던 그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LG에서 네 시즌을 보낸 뒤 재계약에 실패한 그는 서울 강남에 고깃집을 냈고 TV 해설을 하며 1년 동안 야인생활을 하다 지난해 SK 감독으로 코트에 컴백했다.
올 시즌 김 감독에 대한 기대는 컸다. 지난 시즌 SK는 호화 멤버 속에서도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기에 ‘승부사’라는 김 감독 영입으로 재도약을 꿈꿨다.
하지만 SK는 혼전 양상 속에서 하위권을 맴돌았다.
그런 그가 두 차례 대형 트레이드로 탈출구를 찾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형 신인 방성윤을 데려왔고 9일에는 전자랜드로부터 슈터 문경은까지 받아들였다.
이번 트레이드로 SK는 시즌 전 출전 엔트리 13명 가운데 9명이나 교체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급진적인 변화를 우려한 SK 고위층은 당초 문경은의 트레이드를 반대하기도 했다.
사실 김 감독의 트레이드 선호는 유별나다. LG 시절에도 자주 트레이드를 단행해 조우현 조성원 강동희 김영만 등 17명이나 교체했다. 자신의 색깔에 맞는 농구를 구사하기 위해 과감하게 트레이드 카드를 쓴 것. 그래서 선수 입장에선 언제라도 버림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연줄도 없이 정상의 지도자에 오른 그의 눈에는 프로답지 않은 나약한 모습에 불과할 게다.
김 감독은 새로 SK 유니폼을 입은 문경은과의 상견례에서 주장 전희철 임재현 방성윤을 불러 10일 새벽까지 소주잔을 기울였다. 시즌 중이지만 이번 주말까지 경기가 없고 무엇보다 팀워크를 다지는 게 중요했기 때문.
자칫 책임론을 불러올 수 있는 트레이드로 위기 탈출을 노린 김태환 감독의 승부수는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반환점을 돈 정규리그는 더욱 흥미롭게 됐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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