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였다. “간식 사 주세요.” 타미카 캐칭(27)이었다. 183cm, 75kg의 큰 몸을 이리저리 춤추듯 흔들며 박 감독에게 농담을 건 것이다. ‘호랑이’ 박 감독도 크게 웃었다. 분위기 메이커라는 얘기를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여자프로농구 판도가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캐칭의 등장 때문. 우리은행이 2003년 겨울리그와 여름리그를 평정할 때 중심엔 그가 있었다. 3년 만에 돌아온 친정팀. 2003년 이후 왜 우리은행에서 뛰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박 감독은 “지난 2년간은 드래프트를 통해서 외국인 선수를 뽑았다. 행여 다른 팀에서 뛰게 될까봐 본인이 아예 참가를 포기했다. 이번 시즌부터 다시 자유계약으로 바뀌자 캐칭이 오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캐칭도 거든다. “이곳 동료들은 가족과 마찬가지다. 멀리 있으면서 늘 그리워했다.” 이쯤 되면 우리은행과 캐칭은 찰떡궁합 그 자체다.
1라운드에서 1승(4패)에 그쳤던 우리은행은 2라운드 들어 캐칭의 컴백 후 4연승을 달리고 있다. 캐칭은 4경기에서 평균 28.8득점에 14.8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10일 금호생명과의 경기에서는 1쿼터에만 17득점, 팀 전체 득점이 14점에 그친 금호생명의 혼을 초반부터 쏙 빼놓았다. ‘캐칭 효과’로 우리은행의 독주가 예상된다는 얘기를 전하자 캐칭은 손사래를 친다.
“사람들의 관심이 저한테만 쏠리는 것 같아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해요. 감독님의 탁월한 전략과 다른 선수들이 없다면 제가 이 정도 할 수 있나요. 어림없죠.”
올 시즌 각오를 묻자 “한국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 주고 싶고 더 발전하는 선수,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다”고 밝힌다.
탁월한 실력에 성실함, 겸손함, 유머감각까지 갖춘 그가 발산하는 ‘캐칭 효과’, 우리은행뿐만 아니라 한국 여자농구가 함께 나누기에도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천안=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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