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기자의 히트&런]요미우리서 꿈을 이루려면

  • 입력 2006년 1월 17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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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벌고 싶으면 ‘교진(巨人·요미우리의 애칭)’으로 가라. 그러나 야구를 하고 싶으면 가지 마라.”

일본 야구계에 내려오는 금언이다.

일본 전 국민의 50% 이상이 팬이라는 요미우리는 일본프로야구의 꿈이자 자존심이다.

이승엽(30)이 그런 명문 구단의 유니폼을 입을 전망이다. 이승엽은 ‘돈’보다는 메이저리그라는 ‘꿈’을 위한 발판으로 롯데를 떠나 요미우리행을 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소속 구단 롯데는 이승엽에게 옵션 포함 2억5000만 엔(약 22억5000만 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요미우리는 “롯데보다는 적게 주겠다”는 방침이다. 2억 엔(약 18억 원) 정도가 예상된다. 하지만 일본 야구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요미우리가 롯데보다 돈을 적게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물론 이승엽이 제대로 야구를 한다는 전제에서다. 2001년부터 2년간 요미우리에서 뛰었던 정민태(현대)는 “매 경기에 상당액의 메리트가 걸려 있다. 승리 투수는 100만 엔(약 900만 원)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승리에 기여한 선수는 적지 않은 돈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승엽도 잘만 하면 연봉 이상의 돈을 챙길 수 있다. 그러나 산이 깊은 만큼 골도 깊다. 조금이라도 성적이 처지는 순간 자리를 잃는 것이 요미우리의 생존 법칙이다. 정민태는 “4경기를 잘 던지고 한 경기 부진했을 때 2군행을 통보받은 적이 있다. 일본 선수 중심의 요미우리에서 용병들은 ‘땜질용’에 불과한 느낌이었다”고 술회했다.

정민태뿐 아니라 조성민 정민철(이상 한화) 등 한국인 투수들은 모두 요미우리에서 실패를 맛봐야 했다. 요미우리는 절대 인내하지 않았다.

천당과 지옥은 요미우리의 두 얼굴이다. 물론 천당을 맛볼 확률이 훨씬 더 낮다. 이승엽은 바로 그 갈림길에 서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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