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대국 미국은 ‘부잣집 아들’이다. 60명의 예비 엔트리 모두가 메이저리그 소속이고 몸값은 천문학적이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의 연봉만 해도 무려 2520만 달러(약 250억 원)에 이른다.
반면 쿠바는 영리하고 똑똑하지만 재력은 없는 ‘시골 고학생’에 가깝다.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을 비롯해 전 국민이 야구광인 쿠바의 대표 선수들은 나라 안에서는 ‘국민 영웅’일지 몰라도 밖에서는 아니다. 쿠바엔 프로리그도 없고 선수 개개인이 받는 돈도 보잘것없다.
작년 9월 네덜란드에서 열린 제36회 야구월드컵 때 쿠바는 한국과 같은 숙소를 이용했다. 한국의 한 선수는 “당시 쿠바 선수와 같은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낡은 스파이크를 내 것과 바꾸자고 했다”고 했다. 다른 선수 역시 “쿠바 선수가 야구 가방을 너무 뚫어지게 보는 바람에 선물로 주고 말았다”고 술회했다.
그러나 야구에 대한 쿠바의 자존심과 성과는 대단하다.
지난해 네덜란드대회까지 9연패를 포함해 36차례의 야구월드컵에서 쿠바는 무려 25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쿠바는 지난해 네덜란드 야구월드컵 8강에서 마이너리그 유망주들로 구성된 미국을 11-3으로 대파했다. 아마 대회에서 미국이 쿠바를 이긴 것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이 유일하다.
지난해 야구월드컵에서 쿠바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한 김정택 한국대표팀 감독은 “쿠바 선수들은 공수주 어디 하나 나무랄 데가 없었다. 특히 투수진이 막강해 우리 타자들이 안타를 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고 술회했다.
미국 재무부가 쿠바의 WBC 출전을 금지했을 때 카스트로 의장은 “조지 W 부시는 바보다. 미국은 우리와 맞붙는 것을 피하려 한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가장 자본주의적인 스포츠’라고 불리는 야구에서 쿠바는 과연 메이저리거가 출전하는 미국을 넘어설 수 있을까.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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