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방수현이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금메달까지 땄던 여자단식의 침체는 얇은 선수층으로 세대교체에 실패한 데다 그마나 선수들이 강세 종목인 복식에만 치중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농구에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닌 듯하다.
특히 여자농구의 사정은 심각하다. 서울에는 초등학교 여자농구부가 연쇄 해체로 고작 2개 팀밖에 없다가 지난해 겨우 한 곳이 창단했다. 출산율 저하 속에 귀한 자식에게 힘든 운동을 시키지 않는 풍조가 생겼고 농구를 했을 때 이렇다 할 비전이 없어서다.
‘뿌리’가 마르다 보니 상급학교의 선수 수급이 힘들어져 중고교 농구부도 잇달아 해체되고 있다. 최근 은광여중이 해체되면서 서울에는 여중 4팀, 여고 5팀이 남아 있으며 해체 절차에 들어간 학교들도 줄을 잇고 있다. 선수 부족으로 네 명이 코트에 나서 4 대 5로 싸우는 해프닝도 있었다. 게다가 이화여대와 숙명여대 같은 대학팀이 최근 선수 선발을 중단한 것도 농구 기피를 부추기고 있다.
남자농구는 그나마 대학과 프로팀이 상대적으로 많아 아직은 느긋한 것 같다. 하지만 지난주 프로 신인 드래프트에서 보듯 43명의 지원자 중 20명만이 지명 받는 ‘취업난’과 용병에 대한 지나친 의존 등으로 어린 선수들은 점점 코트를 떠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정상권이던 한국 여자농구는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꼴찌로 추락했고 아시아 강호이던 남자농구도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에서 사상 최악인 4위에 그쳤다.
그런데도 남녀 프로팀은 장래를 내다본 ‘투자’는 뒷전이고 눈앞의 성적에만 급급한 것 같아 더욱 씁쓸한 현실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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