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 호주에서 이번엔 대만 야구대표팀이 사고를 쳤다. 도박이 아니라 술이 문제였다.
3월 국가대항전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실시한 멜버른 전지훈련에서 벌어진 선수들의 음주 파문에 대만 야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사건은 12일 밤 벌어졌다. 이튿날 귀국을 앞두고 황룽이, 린즈성(이상 라뉴 베어스) 등 선수 7명이 인근 화교 식당에서 새벽까지 술잔을 기울였다.
여기까지만 해도 사건은 조용히 묻힐 수 있었다. 그러나 황룽이가 호텔 방 안에 구토와 방뇨를 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대만 대표팀은 13일 오전 일찍 공항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난장판이 된 방을 미처 수습할 겨를이 없었다.
대만 선수단이 체크아웃을 한 뒤 뒤늦게 방안의 토사물 등을 확인한 호텔 측은 대만 선수단과 대만야구협회에 강하게 항의했다.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한 협회 관계자들의 늑장 대응으로 문제는 더욱 커졌고, 결국 국제적인 망신거리로 발전했다.
그러나 린화웨이 대만대표팀 감독은 16일 “이번 사건과 상관없이 해당 선수들은 그대로 WBC 대회에 참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해당 선수의 소속 구단은 “별도의 징계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이스 왕젠민(뉴욕 양키스)이 대회 불참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음주 파문까지 터지면서 대만 야구계는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대만은 내달 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아시아 예선 첫 경기에서 한국과 맞붙는다.
비록 대만이 자중지란에 빠져 있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2000년 도박 파문은 올림픽 예선 탈락이 걱정됐던 한국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계기가 됐다. 이후 한국은 갑자기 힘을 내며 동메달의 쾌거를 이뤘다. 대만 대표팀에 이번 음주 파문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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