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하는 한국야구대표팀이 롯데와의 연습 경기에서 3-5로 졌다는 것이다.
대표팀에선 박찬호(샌디에이고), 서재응(LA 다저스), 김병현(콜로라도) 등 메이저리거들이 모두 출전했다. 롯데의 주력은 2군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서재응이 2이닝 2실점, 김병현이 1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고, 박찬호의 최고 구속도 135km밖에 나오지 않았다.
대회를 채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러나 경기 전 선수들에게 “모든 것을 보여 주진 말라”고 했던 선동렬(삼성) 대표팀 투수 코치의 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야구는 기록 경기라지만 일본 야구의 기록에 대한 집착은 유별난 데가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투수가 스프링캠프에서 80개의 불펜 피칭을 했다고 하자. 한국 신문은 ‘A가 약 80개의 피칭을 했다’고 보도한다.
그러나 일본 신문은 ‘A가 80개의 공을 던졌는데 직구가 40개였고, 슬라이더가 20개, 커브가 10개, 포크볼이 10개였다. 몸쪽은 35개였고, 바깥쪽은 30개, 가운데는 15개’라는 식으로 보도한다.
18일 마쓰자카 다이스케(세이부)가 333개의 불펜 피칭을 했다. 올해 최다였다. 그랬더니 1999년 입단 후부터 올해까지 매년 가장 많이 던진 피칭 개수가 일목요연하게 표로 정리되어 나왔다.
신문이 이 정도일진대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것이 임무인 기록원(스코어러)의 눈은 말할 나위가 없다.
1995년 주니치에 진출한 선 코치나 2004년 일본 롯데에 입단한 이승엽(요미우리)이 첫해에 부진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 선수들은 기록원을 통해 파악한 약점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이날도 한국팀의 전력 파악을 위해 여러 명의 기록원이 구장 곳곳에서 한국 선수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한국전 선발이 유력한 와타나베 온스케(롯데) 등 일본 선수들도 뒷그물 뒤에서 한국 선수들을 지켜봤다.
본경기가 아닌 곳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 줄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어떤 의미에선 한국 선수들이 일본 기록원들의 관찰을 역이용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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