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이제부턴 체력… ‘공포의 삑삑이’ 떴다

  • 입력 2006년 2월 28일 03시 08분


왕복달리기 체력테스트 한국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셔틀런’을 하고 있다. 거스 히딩크 감독 때도 등장했던 ‘셔틀런’은 20m 왕복 달리기. 훈련의 강도가 높아 선수들 사이에서는 지옥훈련으로 불린다. 연합뉴스
왕복달리기 체력테스트 한국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셔틀런’을 하고 있다. 거스 히딩크 감독 때도 등장했던 ‘셔틀런’은 20m 왕복 달리기. 훈련의 강도가 높아 선수들 사이에서는 지옥훈련으로 불린다. 연합뉴스
● 2002년 효과 본 파워 프로그램 전격 실시

“이제부터는 쉴 때도 몸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할 걸?”

딕 아드보카트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2006 독일 월드컵을 100여 일 앞두고 본격적인 선수 체력 관리에 들어갔다.

월드컵 D-100일인 내달 1일 앙골라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 아드보카트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이 선보였던 ‘셔틀런(왕복 달리기)’ 체력 테스트를 실시했다.

셔틀런 테스트는 선수들이 가슴에 심박수 측정기를 달고 스피커에서 나오는 ‘삑’ 소리에 맞춰 20m 거리를 일정 시간 안에 달리는 것. 20m 주파 시간을 6.5초, 5.5초, 4.5초 등으로 단축해 운동 부하를 올려 가며 심박수 변화를 점검한다. 부하에 따른 심박수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서 컨디션을 점검하는 과학적인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컨디션이 좋은 선수는 심박수가 낮고 반대의 경우는 심박수가 높게 나타난다. 테스트가 끝난 뒤 시간에 따라 심박수가 떨어지는 추이로 회복 능력을 점검하기도 한다. 2002년 ‘공포의 삑삑이’라고 불릴 정도로 선수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셔틀런 테스트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해 선수 선발과 관리에 이용했다.

● 베르베크 코치 “틈날 때마다 테스트”

한국 온 진품 FIFA컵… “욕심나네요” “아름답다. 만져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한국축구국가대표팀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27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공개된 월드컵 우승 트로피 ‘FIFA컵’ 앞에서 2006 독일 월드컵 출전 포부를 말하고 있다. 높이 36cm, 무게 4.97kg인 이 트로피는 18K금으로 만들어졌다. ‘FIFA컵’ 진품은 국내에선 처음 공개됐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내 평생 꿈은 월드컵 우승이다. 축구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며 한국은 2002년에 이를 입증했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이날 아드보카트 감독은 선수들에게 셔틀런 테스트를 왕복 35.5회(편도 71회) 실시했다. 핌 베르베크 수석코치는 “경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와 오늘 최대 테스트는 하지 못했다. 선수들의 컨디션과 회복 능력을 점검해 5월 본격적인 파워프로그램에 들어갈 때 기초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자료는 5월에 나올 자료와 비교할 수 있는 유용한 데이터다. 가능하면 소집 때마다 테스트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평소의 50% 운동 부하로 테스트한 것이라서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하지만 컨디션 점검에 유용한 자료”라고 말했다.

강신우 대한축구협회 기술국장은 “22일 시리아전을 마친 뒤 휴식기가 있었는데 몸 상태가 어떤지 점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휴식을 취하면서도 몸 관리를 잘했으면 심박수가 높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고, 혹 ‘딴 짓’을 하는 등 관리에 소홀했다면 심박수가 다른 선수에 비해 높게 나타날 것이란 얘기.

○ 몸 상태 체크-체력 강화 이중 포석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 테스트를 데이터 축적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 몸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자극’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네덜란드 출신 피지컬 트레이너 닐스 드브리스(31)가 이날 처음 훈련에 참가해 본격적인 체력 관리에 들어갔음을 암시했다.

대표팀은 셔틀런을 마친 뒤 몸 풀기와 볼 컨트롤 및 패스, 그리고 미니 게임 등으로 가볍게 훈련을 마쳤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선수들이 본 아드보호▼

“팀 분위기나 전술, 개개인의 준비 상태 등 모든 면에서 4년 전 보다 낫습니다. 이번 독일 월드컵에서의 전망은 밝습니다.”

한 달여의 장기 해외 전지훈련을 마친 뒤 27일 다시 소집된 선수들은 저마다의 희망과 각오를 펼쳤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도 뛰었던 이영표(29·토트넘 홋스퍼·사진)는 “대표팀이 그때보다 준비가 잘돼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딕 아드보카트호의 총아로 떠오른 백지훈(21·서울)은 “해외파가 합류해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공격포인트를 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미드필더 김두현(24·성남)은 “(박)지성이 형은 공격형 미드필더나 윙포워드 어디에서도 잘한다. 나는 중앙에서 볼 배급을 하고 중거리슛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고 말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이호(22·울산)는 “이을용 선배가 합류해 경쟁하게 됐는데 한번 잘해 보겠다. 앞으로 누가 오든 더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을용(31·트라브존스포르)은 입국 인터뷰에서 “아드보카트호의 주전 경쟁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자질 논란’을 겪은 박주영(21·서울)은 “감독님께서 내가 가진 것만 보여 주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더 배우고, 부족한 것을 채울 것이다. 꼭 본선에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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