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프로팀 여자감독 나올 때도 됐는데…

  • 입력 2006년 3월 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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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시애틀의 앤 도노번 감독은 지난 시즌 여성 사령탑으로는 처음으로 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당시 그는 “여성 감독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신이 감독으로 잘해야만 WNBA에서 여성 감독이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과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 낸 주인공.

스타 출신인 그는 지도자로서도 2004년 여성 코치 두 명과 함께 시애틀을 정상으로 이끌어 WNBA 챔피언에 오른 최초의 여자 감독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선수와 지도자로서 모두 성공시대를 걷고 있지만 여성 지도자들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는 게 그의 얘기다. 현재 WNBA 13개 팀 가운데 여성 감독은 3명에 불과하며 오히려 NBA 출신 남성 지도자들이 우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WNBA는 한국여자프로농구(WKBL)와 비교하면 사정이 나은 편이다.

1998년 출범한 WKBL에는 단 한 명의 여성 감독도 나오지 않았다.

여성 지도자의 수준이 낮아서는 아니다. 한국 여자 농구는 수십 년 동안 세계 정상권의 기량을 과시하며 숱한 스타를 배출하지 않았던가.

그보다는 감독 선발 과정에 학연과 지연 같은 연줄이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여성 지도자들은 능력을 제대로 펼쳐 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남성 중심의 현실을 아쉬워한다. 어릴 때부터 선수들을 지켜봐 개인 특성에 따른 지도를 할 수 있고 여자 선수 특유의 심리적인 부분까지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건만….

WKBL에서 3월은 취업시즌이 시작되는 달이다. 시즌 종료 후 감독 교체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WKBL 6개 팀 중 두 팀의 감독 자리가 이미 공석으로 있으며 신생 팀 창단 얘기도 나오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여성 감독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WKBL에서도 도노번 같은 개척자가 나올 수 있을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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