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악조건이 겹쳤지만 ‘국민 타자’ 이승엽(30)은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한번 해보자’는 듯 용감하게 부딪쳤고 결국 승리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하는 한국 대표 팀과 작년 일본시리즈 챔피언 롯데가 맞붙은 1일 도쿄돔.
0-1로 뒤진 1회 말 2사 후 이승엽이 타석에 섰다. 오른쪽 롯데 응원단에서 “우∼”하는 야유가 쏟아졌다. 올해 초 롯데에서 요미우리로 옮긴 이승엽에 대한 적대감의 표시.
볼카운트 2볼에서 3구째 변화구가 몸쪽 위로 오자 이승엽의 방망이는 빠르게 돌았다. 공은 경쾌한 타구음과 함께 빨랫줄처럼 날아가 야유를 보내던 관중석 한가운데에 꽂혔다. 찬물을 뿌린 듯 일순 응원석이 조용해졌다. 경기 흐름을 한 방에 반전시킨 동점 홈런이었다. 비거리는 워낙 일직선으로 간 탓에 110m.
이승엽은 6회 2사 1, 2루에서도 작년 29세이브를 올린 롯데 마무리 고바야시 마사히데를 상대로 깨끗한 가운데 적시타를 날렸다. 4타수 2안타 2타점의 맹활약.
이날 한국 대표팀은 이승엽과 김동주의 솔로 홈런 등 장단 13안타를 퍼부으며 롯데에 7-2로 승리했다.
롯데는 8명이 대표 팀에 차출돼 완전한 전력은 아니었다. 그러나 한국으로선 대회 개막을 이틀 앞둔 상황에서 거둔 값진 승리였다. 한국의 첫 상대인 대만은 전날 롯데에 3-6으로 졌다. 일본 대표 팀은 지난달 26일 5-1로 승리.
한국은 박찬호 김병현 서재응 등 10명의 투수를 등판시켜 마운드를 최종 점검했다. 선발 박찬호가 1회 연속 안타로 1실점, 9회 정재훈이 솔로 홈런을 허용했을 뿐 나머지 8명의 투수는 무실점을 기록했다. 6회 김병현은 1이닝을 공 6개로 깔끔하게 막았다. 한편 5일 한국과 맞붙게 될 일본 대표팀은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2-0으로 이겨 4차례 평가전을 3승 1패로 마감했다.
도쿄=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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