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자태를 뽐내던 요정은 어느 순간 공중에 뛰어올라 눈 깜짝할 새에 세 바퀴를 연속으로 두 번 돈다. 트리플 플립(오른발 앞부분 찍으면서 3회전)-트리플 토루프(왼발 앞부분 찍으면서 3회전) 콤비네이션. 착지도 깔끔하다. 10일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서 열린 세계주니어피겨선수권대회. 무려 7차례의 트리플 점프를 멋지게 성공한 ‘피겨 요정’ 김연아(16·경기 군포시 수리고)는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 점수 64.85점과 프로그램 구성 점수 51.83점을 합쳐 116.68점을 받았다. 8일 쇼트프로그램 60.86점을 더한 총점 177.54점.
이어 지난해 챔피언 아사다 마오(16·일본)가 김연아와는 대조적으로 자국 원정 응원단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마지막 주자로 나왔다. 하지만 비장의 카드였던 트리플 악셀(3회전 반)은 도중 삐끗하며 싱글 악셀(1회전 반)에 그쳤고 2연속 트리플 점프에선 불안한 착지가 이어졌다. 결국 97.75점에 그친 그는 합계 153.35점으로 김연아보다 무려 24.19점이나 뒤졌다.
한국 피겨스케이팅 100년사가 새로 쓰이는 순간이었다. 세계 최고 피겨스케이팅 무대에서 한국이 정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 일곱 살 때 엄마를 따라간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를 처음 신은 김연아는 2년 만인 군포 신흥초교 2학년 때 동계체전 초등부에서 금메달을 따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02년 슬로베니아 트리글라브대회 등 13세 이하 부문을 석권하며 한국 피겨의 미래로 떠올랐다. 이어 2004년 주니어 그랑프리 2차 대회 우승에 이어 지난해에는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을 제패하며 세계적인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이번 쾌거는 대한빙상연맹이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대비한 ‘밴쿠버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불모지나 다름없던 피겨를 집중 육성해 얻은 결과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연아가 해냈다” 수리高 환호▼
○…김연아가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한국 피겨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내자 김연아가 갓 입학한 경기 군포시 수리고도 축제 분위기. 김연아의 담임 김희정(37·여) 교사는 “입학식 때 컨디션이 안 좋아 보여 걱정했는데 큰일을 해내 정말 자랑스럽다”고 금메달 소식을 반겼다. 김연아의 같은 반 친구들도 “연아가 귀국해 학교를 찾으면 ‘깜짝 파티’를 열어 줄 것”이라며 기뻐했다.
▼하루 8시간 강훈… ‘공중 세바퀴 반 돌기’ 과제▼
김연아가 10일 열린 세계주니어피겨선수권대회 결승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기술은 ‘트리플-트리플’로 불리는 연속 3회전 점프. 김연아는 이날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를 깔끔하게 성공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금의 그가 있게 한 기술이지만 김연아는 이 트리플 점프 때문에 피겨스케이팅을 그만둘 뻔했다.
김연아는 6학년 때 트리플 점프를 습득하기 위한 고된 훈련을 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 씨는 “연아가 너무 힘들어 하면서 ‘그만두겠다’고 해서 연말 동계체전까지만 하자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동계체전에서 완벽한 연기를 보이며 우승했고 다시 자신감을 회복했다.
그 후 그는 지독한 연습벌레가 됐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 오후 9시부터 오전 1시까지 두 차례, 하루 8시간씩 훈련한다.
김연아의 앞으로의 과제는 ‘트리플 악셀’을 마스터하는 것.
트리플 악셀은 공중에서 세 바퀴 반을 회전하는 것으로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최고의 기술로 불린다. 트리플 악셀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선수는 성인까지 통틀어도 세계적으로 5, 6명밖에 되지 않는다.
김연아의 우승을 지켜 본 신건조 대한빙상연맹 부회장은 “앞으로 2010년 밴쿠버 올림픽까지는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가 세계 피겨스케이팅의 정상 다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