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15년째 활동하고 있는 성악가 에스더 리(41·여) 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마당발이다.
바쁜 오페라 무대 출연과 콘서트 활동 중에도 지난해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21년 만의 내한공연을 성사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고, 12일 열린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동아마라톤대회를 앞두고는 다국적 스포츠 채널인 유로스포트를 통해 54개국에 이 대회가 방영될 수 있도록 계약하는 데 자신의 독일 내 인맥을 총동원했다.
이 씨의 노력 덕분에 서울국제마라톤은 12일 0시(중부유럽 시간)부터 2시간 45분간 유로스포트2 채널을 통해 유럽지역 27개국 1740만 가구에 생중계됐다. 또 15일에는 유로스포트 본채널을 통해 전 세계 54개국에 프라임타임인 오전 8시 반과 오후 5시 45분 두 번에 걸쳐 30분씩 하이라이트가 방영될 예정이다.
유로스포트는 프랑스 파리에 본사가 있으며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등 54개국에 19개 언어로 방송되는 스포츠 전문 채널. 시청 가구는 1억440만 가구에 이른다. 서울국제마라톤이 중국 CCTV, 일본 TV도쿄 등 아시아 국가를 넘어 그야말로 ‘글로벌 축제’로 전 세계에 방영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999년 베를린 음대 성악과를 졸업한 이 씨는 그해 그리스에서 열린 ‘마리아 칼라스 콩쿠르’에 1위로 입상했다. 2000년 베를린 도이치 오퍼에서 오페라 ‘카르멘’으로 데뷔한 이 씨는 스페인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독일 등의 오페라와 콘서트 무대에서 활동해 왔다. 지난해 9월부터는 독일 북부에 있는 로스토크 극장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의 주역 소프라노 타미나 역으로 장기 공연 중이다.
이 씨는 “베를린에 사는 음악인으로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일본은 2∼3년에 한 번씩 찾아가면서 한국은 20년 넘도록 찾지 않는 것이 무척 안타까웠다”며 “성악가로서 바쁘지만 한국과 독일 간의 음악 교류나 스포츠 마케팅 등 힘이 닿는 곳이면 무엇이든 힘껏 조국을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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