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대표팀은 14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8강) 1조 리그 2차전에서 야구 종주국이자 세계 최강 미국을 7-3으로 무너뜨리는 기적을 이뤄냈다.
한국 야구사를 통틀어 프로 올스타로 구성된 미국 대표팀을 물리치기는 이번이 처음. 한국은 미국을 상대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예선에서 0-4로, 준결승에서 2-3으로 져 동메달에 머물렀다.
이번에도 승리의 신호탄은 이승엽(요미우리)이 쏘아 올렸다. 이승엽은 1회말 2사후 미국 왼손 특급 돈트렐 윌리스(플로리다)의 초구를 강타해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벼락같은 선제 솔로포로 기선을 제압했다.
믿었던 윌리스가 무너지자 심하게 동요하던 미국은 1-3으로 뒤진 4회에는 2사 2루에서 이승엽을 고의 볼넷으로 거르는 수모를 감수했고 한국은 이어 대타 최희섭(LA 다저스)이 오른쪽 외야 펜스 바로 안쪽에 떨어지는 쐐기 3점 홈런을 날려 일찌감치 승부를 확정지었다.
아시아 1라운드 3연승을 비롯해 2라운드에서도 전문가의 예상을 뒤엎고 2연승을 질주한 한국은 이로써 이번 대회 참가 16개국 중 유일한 무패 팀으로 남으며 4강 토너먼트 진출을 사실상 예약했다.
한국은 내친김에 16일 낮 12시에 열리는 일본과의 8강 1조 세 번째 경기(MBC TV 생중계)까지 이기면 3승으로 조 1위를 확정짓게 된다. 만약 일본에 져도 15일 일본이 멕시코에 지기만 하면 승자승 원칙에 따라 최소 조 2위를 확보한다.
최악의 경우 한국이 일본에 지고, 일본과 미국이 모두 멕시코에 이기면 세 팀이 2승 1패로 동률이 돼 세 팀 간 최소 실점, 자책점, 최고 타율, 추첨 순으로 순위를 가리게 되지만 한국은 2경기에서 4실점에 불과해 일본에 6점 이하만 실점하면 4강에 오르게 된다.
한편 한국 사령탑인 김인식(한화) 감독은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에서 6연승으로 금메달을 딴 것을 시작으로 WBC 5연승까지 대표팀을 맡은 이후 11승 무패 가도를 달렸다.
애너하임=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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