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지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딕 아드보카트 감독, 2월 2일 덴마크전 패배 소감)
“배우들이 한 역할은 진정 위대한 작업이다.”(이준익 감독, 2월 9일 영화 ‘왕의 남자’ 관객 1000만 명 돌파 소감)
국민을 감동시킨 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 대표팀 김인식(59) 감독과 축구대표팀 딕 아드보카트(59) 감독, 영화 ‘왕의 남자’ 이준익(47) 감독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보스 기질과 위계질서에 의존하는 강한 리더십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지도자의 유형이다.
하지만 세 감독은 달랐다. 이들이 이끄는 선수와 배우들은 좋은 성과로 국민을 감동시켰고, 구성원을 믿고 따르게 하는 ‘신뢰와 감동의 리더십’으로 또다시 국민을 감동시켰다. ‘3·1절 골프 파문’으로 기존 권력자의 리더십이 위기를 맞은 가운데 이들은 새로운 리더십으로 성공신화를 이뤄 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신뢰와 원칙 중심의 리더십’=이들의 첫 번째 공통점은 신뢰와 원칙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을 믿고 대화를 나누며 힘을 모아가는 덕장이다. 그는 두산 베어스 감독 시절 고질적 손목 부상에 시달리는 김동주(30) 선수에게 쉬라고 지시했다. 김 선수는 팀이 위기에 빠지자 더그아웃 앞에서 방망이를 휘두르며 기용해 달라는 ‘무력시위’를 벌였다. 그럴 때면 김 감독은 그를 기용했고 결과는 대부분 성공이었다.
김 감독의 별명은 ‘재활공장장’. 김 감독은 한화의 사령탑을 맡은 뒤 대전고 코치를 하다 재입단한 지연규(37) 선수를 빼어난 마무리 투수로 바꿔놨다.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어느 구단도 눈길을 주지 않은 ‘풍운아’ 조성민(33) 선수를 데려와 가능성 있는 투수로 만들었다.
하지만 한일은행 선수 시절 한솥밥을 먹던 조 선수의 아버지와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개인적 인연을 철저히 배제한다는 원칙에서였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못하는 선수는 독일 월드컵에 나갈 수 없다” “전지훈련 때 자가용을 가지고 오지 말라”는 원칙을 내세웠다. 그 밖에도 선수들은 팀 미팅 10분 전까지 집합해야 했고 버스로 이동할 때 휴대전화도 사용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그에게 ‘최고의 감독’이라며 충성심을 보인다. 네덜란드 감독으로 2004년 유럽선수권에서 4강 신화를 달성했고,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한 그를 믿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극중에서 연산군 역할을 맡은 정진영(42) 씨에 대해 “그를 믿는다. 어떤 재주도 믿음이 없으면 빛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며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고 이는 영화사에 남을 호연으로 돌아왔다.
▽칭찬의 리더십=한국성과향상센터 이경재(李京宰) 대표는 “이들은 카리스마와 칭찬으로 구성원에게 동기를 부여한다”고 분석했다.
카리스마의 대명사는 아드보카트 감독. 이천수(25) 선수가 “최고의 카리스마”라고 혀를 내두른 아드보카트 감독이 말없이 훈련 모습을 지켜볼 때면 선수들은 진땀을 흘린다. 하지만 동시에 아드보카트 감독은 선수들에게 “네가 한국에선 최고의 선수이고 유럽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또 실수하는 선수들에게도 “새로운 시도야, 잘했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늘 영광을 선수 몫으로 돌린다. “나부터 이렇게 잘할 줄 꿈엔들 생각이나 했겠어?”, “아∼내가 한 게 뭐 있어. 다 지들이 잘한 거지”라고 말하는 식이다.
고래도 춤추게 하는 칭찬은 그라운드에서 극적인 결과로 돌아온다.
김 감독이 “대표팀의 키를 쥐고 있다”며 이종범(36) 선수를 격려하자 그는 한 달 후 일본전에서 결정적인 적시타를 날리며 보답했다.
▽‘순수한 열정의 리더십’=한국리더십센터 김경섭(金庚燮) 대표는 “‘열정’이 이들의 성공적 리더십의 비밀을 푸는 마지막 열쇠”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통장이 압류되고 사무실 집기에 차압딱지가 붙어 있는 처지에서 영화 촬영을 시작했다. 빠듯한 예산 때문에 하루 50컷의 초인적인 일정을 밀어붙이면서 스태프를 독려했다.
예산이 넉넉지 않은 처지에서도 “배우들이 배고파서 잠이 오지 않을까봐 먹이려고 사왔다”며 빵을 건네는 이 감독의 열정은 제작진을 감동시켰다.
김 감독은 2004년 12월 6일 뇌경색으로 쓰러졌지만 하루 6시간씩의 피나는 재활훈련을 통해 일어섰다. 그는 불편한 몸이지만 경기 내내 더그아웃에서 서서 팀을 지휘해 ‘4강 신화’를 이뤘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애너하임=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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