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된 “대한민국”…우린 희망을 쐈다

  • 입력 2006년 3월 19일 16시 36분


"대~한 민국, 대~한 민국."

파란색 응원 물결과 넘실거리는 태극기는 샌디에이고의 펫코 파크도 예외가 아니었다.

19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일본의 준결승전이 열린 펫코 파크. 경기 전부터 펫코 파크에 모여든 한국 교민과 유학생들은 한 목소리로 "대~한 민국"을 외쳤다.

샌디에이고와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한 캘리포니아주에서 온 팬들 뿐만이 아니었다. 인근 애리조나와 텍사스 주에서도 많은 팬들이 몰려왔다.

전날까지만 해도 이날 경기의 표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온라인 경매 사이트에서는 한 때 50달러짜리 내야 지정석이 700달러가 넘는 가격에 판매되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 당일 당연히 미국이 올라올 것을 예상했던 미국 사람들이 표를 내다팔기 시작했다. 덕분에 더 많은 한국 팬들이 구장을 찾을 수 있었다.

하나가 되어 외치는 "대~한 민국"의 함성은 미국인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인 듯했다. WBC조직위원회가 배포한 보도 자료에도 "대~한 민국"은 "Dae~Han Min kook"으로 소개됐다. "위대한 코리아(Great Korea)"라는 뜻과 함께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 전 한국민이 외쳤던 합창이라는 설명도 붙어 있었다. 한국 기자석을 찾아 "저 외치는 소리가 무엇인가"라고 묻는 외신 기자도 있었다.

구장을 찾은 팬들의 수는 한국과 일본이 비슷해 보였다. 그러나 응원 열기 만큼은 단연 한국의 우세였다.

한국 팬들의 함성에 줄곧 묻혔던 일본팬들이 일장기를 흔들며 잠시 환호를 지른 것은 7회 초 공격에서 대량 득점을 할 때뿐이었다.

7회 말 1사 후 비가 갑자기 쏟아지는 바람에 경기가 잠시 중단됐지만 한국 팬들은 여전히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막대 풍선을 두드리며 "대~한 민국"을 연호했다.

더 이상 승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WBC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한국 대표팀에 대한 뜨거운 격려와 응원은 여전했다. 야구 대표팀을 통해 모든 한국인들이 하나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미국 전 지역에 살고 있는 재미교포들도 한국이 패하자 섭섭해하면서도 "그래도 6연승으로 준결승에 진출해 잘 싸웠다"고 격려를 잊지 않았다.

미국의 스포츠채널인 ESPN이 그동안 WBC 경기를 녹화 중계했기 때문에 교포들은 한국의 승전보를 텔레비전으로 시청하기가 쉽지 않아 인터넷 중계를 시청하는 등 경기관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런데 18일(미국시간) 시작된 준결승전부터는 ESPN이 생중계를 시작해 많은 교포들이 오후10시(동부시간 기준, 서부는 오후7시)부터 시작된 준결승전을 시청할 수가 있었다. 한인 밀집지역인 뉴욕과 뉴저지 주 일대 일부 한인식당들은 이날 대형 텔레비전을 갖다놓고 손님들이 야구경기를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뉴저지 포트리에 살고 있는 김길상 씨는 "한국팀이 전승기록으로 준결승전에 진출해 기대가 컸는데 무척 아쉽다"면서도 "그래도 이 만큼 온 것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ESPN은 이날 생중계시 한국팀을 '드림팀' '혁명적인 팀'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한국팀이 지금까지 한번도 진 적이 없고, 일본에 대해서도 2전 전승한 만큼 이번 경기는 적어도 확률 상으로는 한국팀에 불리하다"고 패배 가능성을 언급했다.

샌디에이고=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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