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서 서쪽으로 64km 떨어진 인구 14만4000여 명의 작은 도시 리딩. 이곳이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매일 밤이면 시내 거리와 술집에는 노래를 부르고 축하주를 터뜨리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 리 해런(21) 씨는 “이 도시 역사상 길이 남을 최고의 날이다. 미치도록 즐겁다”고 말했다.
● 리딩시민 술 노래… 축제 도가니
무슨 일일까.
26일(한국 시간) 챔피언십리그(2부리그)에 속한 이 도시의 축구팀 리딩 FC가 레스터시티와의 원정경기에서 1-1로 비기며 프리미어리그 승격이 확정됐다.
올 시즌 6경기를 남기고 27승 11무 2패(승점 92)로 3위 왓포드 FC(승점 72)와 승점을 20점 차로 벌려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프리미어리그로 자동 승격할 수 있는 리그 2위를 확보한 것.
1871년 창단 후 135년 만에 처음 맞는 경사다. 2006∼2007시즌부터 프리미어리그 신입생이 된 리딩은 이제 20개 팀이 속한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오랜 역사의 팀이 됐다. 1874년 창단된 애스턴빌라가 리딩에 이어 2위.
1878년 FA컵에 첫 출전한 리딩은 줄곧 하부리그를 맴돌았다. 1980년대까지 대부분은 4부리그에 머무르며 가끔 3부리그를 오르내렸다. 1926년 3부리그 우승과 1949, 1952년 3부리그 준우승이 구단이 자랑하는 최고 성적.
● 1871년 창단… 만년 꼴찌팀
1990년 신문출판업자인 존 마데스키가 빚에 허덕이던 구단을 인수하면서 팀이 바뀌었다. 무려 4000만 파운드(약 680억 원)를 투자해 2만5000석 규모의 새 구장을 지었다. 2003년부터 리딩의 사령탑을 맡은 스티브 코펠(50) 감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잉글랜드대표팀에서 윙으로 뛰었던 스타 출신. 코펠 감독은 유명한 스타 한 명 없이 똘똘 뭉친 팀워크로 승격을 이뤄 냈다. 보통 승격된 2부리그 팀들은 왕년의 프리미어리그 스타들의 활약이 원동력이었지만 리딩은 대부분 하위 리그에서 발굴한 유망주들로 구성됐다.
● 스타없이 팀워크로 꿈 이뤄
코펠 감독은 “우리가 정말 프리미어리그로 가는 것인가. 꿈만 같다. 모든 것을 팀을 위해 쏟아 부은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결국 이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며 감격해했다.
주장 그램 머티는 “감독님은 우리들의 압박감을 덜어내 자신에게 달라고 말했다. 부담 없이 뛴 덕에 우리가 프리미어리그로 갈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2006년 3월 26일은 이미 리딩 시 역사에 새겨졌다. 이날의 경기 프로그램 책자는 이미 인터넷 경매에서 가격이 치솟고 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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